[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아무 데나 사인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김광현은 지난 7월 프런트와 '주장' 자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SSG는 줄부상에 시름하며 7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외국인투수 두 명이 부상과 개인사로 모두 자리를 비운 적이 있고, '간판타자' 최정도 부상으로 힘든 시즌을 보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은 기복이 있었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김광현도 간절함을 담아 주장 연임 제안이 담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김광현은 팀이 정규시즌 3위 혹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2026년에도 주장을 하고, 정규시즌 4~5위를 할 경우 1군 주장 연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SSG는 반등했다. 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라는 확실한 외인 원투펀치에 노경은 이로운 김민 조병현 등 탄탄한 불펜진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면서 빠르게 승리를 쌓아갔다.
9월 마지막날. SSG는 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잡고 3위를 확정했다. 계약서도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김광현은 경기를 마친 뒤 SNS에 계약서를 올리며 주장 연임 사실을 공개했다.
1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은 멋쩍게 웃으며 "엄마 말씀을 잘 들어야 했다. 다 읽어보고 아무 데나 사인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안 들었다"며 "증인이 너무 많아서 다른 말을 못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다"며 투정하듯 말했지만, 김광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3위로 올라선 만큼, 팀원 전체를 향한 고마움이 담겼다.
김광현은 이어 "7위를 할 때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당시에는 3등만 하면 한 번 더 하겠다고 했다. 부상도 많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3등만 하면 언제든 (주장을) 할 수 있었다"며 "나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원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곤 했다. 그런데 이 정도 성적을 내니 자랑스럽고,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시즌을 앞두고 김광현은 "3위는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광현은 "작년에 비해서 특별하게 전력이 약화된 게 없었다. 추가 전력도 없었지만, 우리만 조금 정신을 차리고 하면 충분히 상위권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고 선수들이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운다면 전력 손실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 중간투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2022년 우승을 차지했고, 2023년에도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경험을 믿었다. 김광현은 "우리 팀에는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이 하는 걸 보면 뭉치는 게 다르다"며 "포스트시즌은 즐기는 무대다. 평소에도 즐기라고 하지만, 더 즐겼으면 좋겠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는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가 승부를 좌우한다. 기본기에 충실하자고 메시지를 전했다. 경험을 해보니 실책을 안 하는 팀이 이기더라. 그런 것만 잘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의 '즐기자'는 당부처럼 SSG는 1일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9회말 2-5에서 류효승의 안타와 현원회의 투런포, 정준재의 볼넷 뒤 이율예의 투런 홈런으로 6대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순위는 변함 없지만 홈 최종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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