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글프게 들렸던 LG 선수들의 응원가. 불과 53분 후 기쁨의 응원가로 바뀌었다.
LG 트윈스가 끝내 승리하지 못했던 1일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 3대7로 패하며 매직넘버 1을 지우지 못하자 LG는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났음에도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응원단상에서 응원단이 남은 팬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쳤다.
5강에서 탈락한 팀도 홈 최종전에선 팬들에게 올시즌 성원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는 행사를 갖는데 우승을 확정짓지 못하고 자칫 타이브레이크의 가능성까지 생긴 복잡한 상황에 이르자 대대적인 홈 고별전 행사를 치르기가 애매해진 것. 1루측 응원석에선 계속 음악과 함께 팬들이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우승이 확정되지 않다보니 공허하다 못해 조금은 서슬퍼 보이기도 했다. 응원은 SSG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질 듯 보였다.
LG의 우승 확률은 이제 한화가 1경기라도 지는 것 뿐. 비로 인해 50분 정도 늦게 시작한 인천 한화-SSG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는데 한화가 5-2로 역전한 채 9회말로 접어들자 기대감은 사라지는 듯 했다.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등장했고, 그렇게 경기가 마무리 되는듯 했다.
그 시각 잠실구장. NC 선수들은 창원으로 내려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괴성과 환호가 터지기 시작했다. NC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환호라 생각했지만 NC 버스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
LG 선수들의 퇴근 모습을 기다리던 팬들의 환호성이었다. SSG가 현원회와 이율예의 연속 투런포로 6대5의 역전 드라마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SSG-한화전을 휴대폰으로 지켜보던 팬들이 믿을 수 없는 역전 드라마에 SSG 팬들보다 더 큰 함성을 질렀다. LG에 우승 선사한 두방. 야구장 밖으로 나왔던 팬들이 서둘러 다시 야구장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팬들도 야구장으로 돌아왔다.
LG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라커룸에서 함께 경기를 보던 선수들은 9회말 2아웃이 되자 포기하고 하나둘씩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SSG의 역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다시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준비했던 우승 세리머니 세팅을 모두 접었던 구단 프런트도 우울해 하며 퇴근을 안한 덕에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오고 있는데 샴페인이 세팅되고, 관중석에 팬들이 다시 입장하는 황당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순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준비했던 우승 모자와 티셔츠를 3루측 더그아웃에 놓고 그라운드로 오는 선수들이 착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NC전이 끝난 지 1시간이 지난 후에야 LG는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다. 이미 귀가한 팬들이 많았지만 돌아온 팬들도 꽤 많이 보였다. 희망 없어 보였던 SSG-한화전을 끝까지 지켜본 뒤 1루 응원석으로 컴백해 우승 기쁨을 함께 나눈 열성 팬들이 진정한 트윈스 서포터였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