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가 유전과 진화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했다.
연구팀은 여성의 장수 비결이 '이형생식자 성 이론(heterogametic sex theory)'과 진화적 요인에 있다고 밝혔다.
남성은 X와 Y 염색체를 가진 이형생식자 성으로, 유전적 돌연변이나 질병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은 두 개의 X 염색체를 가져 유해한 유전자 변이를 상쇄할 수 있는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뿐 아니라 침팬지, 고릴라 등 포유류에서도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유전적 구조와 진화적 선택의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조류, 곤충, 파충류 등 일부 동물에서는 수컷이 더 오래 사는 경우도 있어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번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전 세계 동물원에서 수집한 528종의 포유류와 648종의 조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포유류의 72%는 암컷이 더 오래 살았고, 조류의 68%는 수컷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별에 따른 염색체 구조 차이가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형생식자 성 이론'을 뒷받침한다.
또한 연구팀은 성 선택과 양육 역할도 수명 차이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수컷은 짝짓기 경쟁에서 유리하기 위해 큰 체구, 화려한 깃털, 뿔 등 과시적 특성을 진화시켜 왔지만, 이는 생존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암컷은 자녀 양육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며,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 생존해야 하는 진화적 압력을 받아왔다.
환경적 요인도 오랫동안 수명 차이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지만, 연구팀은 동물원이라는 보호된 환경에서도 성별 수명 차이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유전과 진화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성별에 따른 수명 차이가 단순한 환경적 결과가 아니라 인류의 진화적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임을 보여준다"며 "향후 사회적·행동적 요인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