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일본인 트리오가 말 그대로 LA 다저스를 살렸다. 다저스가 2전 전승으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다저스는 2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8대4로 승리했다. 다저스는 1차전 10대5 승리에 이어 2승을 먼저 확보, 디비전시리즈에서 내셔널리그 2번 시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맞붙게 됐다.
다저스가 왜 일본 최고 선수 3명을 영입했는지 이유를 증명한 경기였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가 주인공이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였던 투타 겸업 슈퍼스타 오타니를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809억원) 초대형 계약으로 품었다. 야마모토 역시 지난 시즌에 앞서 포스팅 시스템으로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554억원)에 계약했다. 막내 사사키는 올 시즌에 앞서 다저스와 6년 650만 달러(약 91억원)에 계약했다. 사사키는 만 25세 미만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돼 계약 규모가 가장 작았다. 세 선수의 몸값 총액은 10억3150만 달러(약 1조2267억원)에 이른다.
2차전 선발투수 야마모토는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6⅔이닝 4안타 2볼넷 9삼진 2실점(비자책점) 역투를 펼쳐 빅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3번째 승리를 챙겼다.
야마모토는 1회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수비 실책 탓에 2실점하긴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긴 이닝을 잘 끌어줬다. 직구(44개)에 커브(32개) 스플리터(18개) 싱커(10개) 커터(6개) 슬라이더(3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신시내티 타자들을 제압했다. 지국 최고 구속은 97.4마일(약 156.8㎞)을 찍었다.
오타니가 다저스 타선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1차전에서 홈런 2개로 3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타선의 10득점 대폭발을 이끌더니 2차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 적시타를 터트렸다. 3-2로 앞선 6회말 1사 1, 3루 기회에서 오타니가 우전 적시타를 때려 4-2로 달아났다. 이후 무키 베츠가 1타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2타점을 쓸어담으면서 4득점 빅이닝으로 연결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사사키는 끔찍한 다저스 불펜에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야마모토가 내려간 뒤로 블레이크 트레이넨(⅓이닝)-에밋 시한(⅓이닝 2실점)-알렉스 베시아(⅔이닝)가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다. 4점차까지 좁혀진 상황, 정규시즌 막바지 다저스 불펜이면 대참사도 충분히 가능했다.
9회초 등판한 사사키는 다저스의 악몽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스펜서 스티어와 개빈 럭스를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스틴 헤이스를 유격수 직선타로 돌려세우면서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헤이스의 파울플라이를 포수 벤 로트벳이 어이없게 놓치는 실책을 저지르는 바람에 또 한번 난장판이 되나 했는데, 사사키가 구위로 눌렀다.
사사키는 어깨 부상을 털고 정규시즌 막바지 불펜으로 복귀하면서 망가진 다저스 불펜의 포스트시즌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속 100마일(약 161㎞) 이상 강속구를 뿌리면 4개월 공백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사사키는 직구 7개, 스플리터 4개로 3타자를 처리했는데, 직구 구속이 최고 101.4마일(약 163.2㎞), 평균 100.6마일(약 161.9㎞)로 형성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 든 내야수 김혜성의 활약을 기대했던 국내 팬들은 일본인 트리오의 활약을 그저 부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김혜성은 2경기 모두 벤치를 지켰다. 대주자로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다저스는 오는 5일부터 필라델피아와 디비전시리즈를 치른다. 2경기 만에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마치면서 체력 소모는 최소화했다.
지금까지 김혜성의 쓰임을 봤을 때 디비전시리즈 로스터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했을 때처럼 김혜성이 일본인 트리오와 함께 활짝 웃으며 포스트시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순간이 올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