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을 향해 얼음덩어리에 축복을 내리는 이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CNN,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로마 남부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발표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배우이자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유산을 계승한다며, "기후변화를 말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약 1000명의 환경 단체 대표들에게 "국가 정부가 더 강력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다가오는 유엔 기후 회의에서 지구의 울음과 가난한 자들의 울음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주일 전 유엔 총회에서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 표현한 직후 나와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오랜 기간 기후과학과 친환경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또한 레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에 발표한 후속 회칙을 인용하며, "일부 지도자들은 기후변화의 명백한 징후를 조롱하고, 이를 말하는 이들을 비웃으며, 심지어 가장 피해를 입는 가난한 자들을 탓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그분의 피조물을 경멸할 수는 없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창조물에 대한 그분의 시선과 연민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대에는 그린란드에서 가져온 녹아내리는 빙하와 열대 식물들이 함께 배치돼 상징성을 더했다.
레오 교황은 또한 바티칸 북부 농지를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하는 계획에 축복을 내렸으며,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바티칸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국가가 될 전망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