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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만리장성 넘고,女단식 첫 스매시 4강" '국민삐약이'신유빈의 탁구는 호랑이굴에서 더 빠르고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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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여자탁구 톱랭커' 신유빈(대한항공·세계 16위)이 마침내 꿈의 단식 4강에 올랐다. 중국 스매시에서 한국 최초, 생애 최초의 여자단식 4강과 함께 동메달을 확보한 후 활짝 웃었다.

신유빈은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년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중국 스매시 여자단식 8강에서 '한솥밥' 주천희(삼성생명)를 게임스코어 4대2로 꺾고 4강에 올랐다. 4일 진행될 4강에선 '중국 톱랭커' 왕만유(세계 2위)와 맞붙어 결승행을 다툰다.

월드클래스 톱랭커들이 총출동하는 '그랜드 스매시'급 대회 여자단식 최초의 4강행이자 신유빈 커리어 첫 단식 4강행이다. 임종훈과 함께한 혼합복식에서 올림픽 동메달, 세계선수권 동메달, 전지희와 함께한 여자복식에서 세계선수권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며 월드클래스를 증명했지만 나홀로 나선 단식에선 중국, 일본 에이스의 벽에 번번이 막히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중국 선수들과의 단식 맞대결에서 전패한 신유빈은 지난 6월 도하세계선수권에서 2개의 복식 동메달을 따낸 직후 "호랑이굴로 들어간다"고 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멀티메달에도 불구하고 단식에서 중국 톱랭커를 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스스로 "중국, 일본 에이스를 이겨야 월드클래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 실전 경험을 쌓으며 신유빈은 또 한 단계 성장했다. 특유의 영리함으로 슈퍼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중국 선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이번 대회 신유빈의 탁구는 빠르고 강하다. 볼의 강도에선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백 사이드에서 포어로 과감하게 돌아서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고, 포어드라이브로 상대를 압도하는 장면이 늘었다.

16강에서 '세계 4위' 콰이만을 상대로 풀게임 접전 끝에 승리했고, 8강에서 '귀화 에이스' 주천희(세계 35위)에게 먼저 2게임을 내준 후 4게임을 잡아내는 역전승으로 4강에 올랐다.

사실 콰이만을 이긴 후 8전패 끝에 만리장성을 넘은 것으로 화제가 됐지만, 어릴 때부터 마주쳐온 '동갑내기' 콰이만과는 역대 전적에선 신유빈이 절대 우위다. 중3 때인 2019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단체전 준결승에서 승리했고, 작년 아시아선수권 때도 승리했다. 중국 스매시 직전 슈퍼리그에서 아쉽게 2대3으로 역전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기좋게 설욕하며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초상승세' 주천희와의 맞대결 역시 명승부였다. '귀화 에이스' 주천희는 이번 대회 일본 에이스 이토 미마(세계 8위), 중국 쉬쉰야오(세계 12위)를 줄줄이 꺾으며 8강에 올랐다. 여자복식에선 하야타 히나와 함께 결승행에 성공했다. 2002년생 주천희는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2018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2020년 귀화했고, 2023년 세계랭킹 15위까지 올라서며 이미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에이스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끼리의 스매시 8강전 역시 최초의 일이었다. 만리장성을 뛰어넘은 두 한국 에이스의 8강전, 중국 탁구의 심장 베이징에서 이들이 보여준 일진일퇴의 승부는 눈부셨다. 더 강해진 신유빈, 주천희가 함께 나설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가 기대되는 장면이었다.

석은미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신유빈의 4강행 직후 인터뷰에서 "(신)유빈이도 저희도 너무나 간절히 원하던 4강 진출이었다. 유빈이가 '단식 4강에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며 엄청 좋아하더라"고 귀띔했다. "중국에서 열린 그랜드 스매시 대회에서 중국 선수를 이기고 여자단식 첫 4강에 오른 것은 개인에게도 대표팀에게도 굉장히 큰 의미다. 무려 16명의 중국선수가 단식에 나온 대회였다"며 각별한 의미를 설명했다. "유빈이가 콰이만과 몇 차례 경기를 하면서 나왔던 내용들은 잘 분석해서 상대의 패턴을 알아내 발빠르게 미리 선제 공격을 했던 점이 좋았다. 랠리에서 공격과 수비 전환 능력도 더 빨라졌다"고 첫 4강행 비결을 전했다.

그러나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레전드' 석 감독은 현 시점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중국 선수를 큰 대회에서 넘긴 것이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볼의 무게와 회전, 서브, 리시브의 섬세함이 더 필요하고 중국 선수들의 두터운 벽을 깨기 위해선 더 발전해야할 부분도 많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유빈이는 다른 어떤선수보다 테이블 앞에서 오래 훈련하는 선수다. 모든 일에 긍정적이면서 엄청 노력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석 감독은 전지희-신유빈 조의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 2023 더반 세계선수권 은메달,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 혼합복식 동메달을 이끌었고 감독 공석이던 작년 청두 혼성월드컵에선 선임 코치로 한국의 2회 연속 준우승을 지켜냈다. 따뜻하고 섬세한 소통 능력을 지닌 실력파 지도자이자 탁구 선배로서 여자탁구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이번 대회엔 신유빈의 '영혼의 파트너' 전지희도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연일 현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다. '귀화 에이스' 전지희는 은퇴 후 쉬커 전 대표팀 코치와 결혼, 베이징 인근에 거주중이다. 석 감독은 "지희가 매일 와서 응원도 해주고 커피 배달도 해주고 밥도 사주고 있다. 유빈이 탁구 분석도 해주더라"면서 끈끈한 원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세, 이 분위기를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서도 이어가도록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는 믿음직한 약속도 함께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