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니, 언제 2등 된 거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던 2025년 KBO리그 정규 시즌이 막을 내렸다.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가 극적으로 1, 5위를 차지하며 '역대급' 순위 경쟁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개인 타이틀 경쟁도 끝났다. 타격은 막판 안현민(KT)이 대추격전을 펼쳤지만, 3리 차이로 양의지(두산)이 1위를 차지했다. 홈런은 디아즈(삼성)가 결국 50홈런을 채우며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디아즈는 타점(158개), 장타율(0.644)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투수 부문은 폰세(한화)의 4관왕으로 정리가 됐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 4개 부문을 독식했다.
그 중 눈에 띄는 차점자가 있으니 NC 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데이비슨. 데이비슨은 36홈런으로 이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홈런왕으로서 일말의 자존심을 지켰다.
사실 홈런 부문은 팬들의 관심이 가장 떨어진 경쟁 분야였다. 디아즈가 처음부터 너무 독보적으로 치고 나갔기에, 체크할 필요가 없었다.
디아즈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데이비슨은 올해 반복되는 부상으로 신음했다. 데이비슨 대신 위즈덤(KIA), 노시환(한화)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걸로 보였다.
위즈덤은 타율은 낮지만, 걸리면 넘어가는 특유의 힘으로 홈런 수를 늘렸다. 노시환도 전반기 부진을 떨치고, 후반기 완벽 부활했다.
그런데 조용히 이들을 위협한 이가 있었으니 데이비슨. 전반기 16홈런에 그쳤던 데이비슨은 전반기 막판 이재현(삼성)과 충돌, 갈비뼈 실금이라는 청천병력 진단을 들어야 했다. 6주 정도가 걸릴 상태였는데, 데이비슨은 8월이 되자 기적적인 회복 속도인지, 엄청난 인내력인지 돌아와 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8월 11홈런의 반전을 이뤄냈다.
9월에도 멈추지 않고 9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조용히 위즈덤과 노시환, 오스틴(LG)을 넘어섰다. 위즈덤이 10월 마지막 두 경기에서 2홈런을 몰아쳤지만, 35개에 그치며 데이비슨을 넘어서지 못했다.
데이비슨의 늦은 활약이 NC에는 엄청난 힘이 됐다. NC는 마지막 기적의 9연승으로 KT를 제치고 극적으로 마지막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다. 초보 감독 이호준 감독을 명장으로 만들어준 데이비슨의 홈런포들이었다.
데이비슨은 부상 여파로 올시즌 439타석에 그쳤다. 디아즈는 628타석, 위즈덤 486타석, 노시환 624타석, 오스틴 499타석에 비교하면 부족한 타석 속 효율적으로 홈런을 생산해냈다는 의미다. 데이비슨은 "타석 대비 홈런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홈런왕 경쟁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표했었다.
데이비슨은 올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최초 1+1년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50만달러를 받았고, 구단 옵션으로 170만달러(약 24억원) 계약이 남아있다. 이 파괴력이면 구단이 데이비슨을 떠나보낼 이유는 전혀 없어 보인다. 물론 부상도 실력이기에, 부상 관리가 내년 홈런왕 탈환의 필수 조건으로 보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