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러셀 마틴 감독이 레인저스에서 단 123일 만에 경질됐다. 그 시작은 유럽 무대에서의 한 방이었다.
지난 9월 25일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 벨기에 헹크와의 홈경기에서 레인저스는 0대1로 패하며 불안한 조짐을 드러냈다. 경기의 영웅은 한국 공격수 오현규였다. 전반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고개를 숙였던 그는 후반 10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헹크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은 단순한 1패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날 이후 레인저스의 시즌은 급격히 무너졌다.
마틴 감독은 리그에서 7경기 동안 단 1승에 그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 출발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파르커와의 원정에서도 1대1로 비기며 또다시 승리를 놓쳤다. 현재 레인저스는 리그 8위(1승 4무 2패)에 머물러 있으며, 선두 하츠와는 승점 11점, 라이벌 셀틱과도 9점 차로 멀어졌다.
레인저스는 5일 마틴 감독의 경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해임으로 마틴은 레인저스 역사상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유럽 대항전에서도 참혹한 결과가 이어졌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벨기에 클럽 브뤼허에 0대6으로 완패(합계 1대9 탈락)한 데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헹크와 슈투름 그라츠에 연패를 당했다. 헹크전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구단 전체 분위기를 뒤흔든 전환점이었다.
국내 컵대회에서만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레인저스는 리그컵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해 '올드펌 더비' 셀틱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 성과만으로는 마틴의 입지를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마틴 감독은 재임 17경기 동안 단 5승만을 기록하며 승률 29%에 그쳤다. 이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낸 정식 감독'으로 기록된다. 지난 3년간 레인저스는 스티븐 제라드 이후 지오 반 브롱크호르스트, 마이클 비일, 필립 클레멘에 이어 네 번째 감독을 내보내며 혼란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오현규의 그 한 골. 그 골은 레인저스의 유럽 여정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마틴 감독의 짧은 재임을 마감짓는 신호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