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SG 가을야구 비밀병기, 10년 미래 책임질 거포 포수의 등장..."1년 동안 2군에서 정말 잘 견뎠다"

by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년 동안 2군에서 정말 잘 견뎠다."

왜 이런 선수가 1년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다, 이제서야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SSG 랜더스는 기분 좋게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일찌감치 3위를 확정,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중 누가 올라올까를 기다리고 있다.

중하위권으로 평가받았던 SSG인데,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막판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이숭용 감독에게 3년 재계약 선물을 안겨준 승부수가 대적중했다. 그 때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야구계 평가다.

SSG가 이 감독에게 그냥 재계약을 해준 건 아니다. 선수를 키우는 안목이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이 감독 부임 후 2년간 SSG는 기존 김광현, 최정, 한유섬 등 베테랑 선수들의 부담을 덜게 해주는 신예들이 대거 등장했다. 조병현이라는 마무리를 키워냈고, 올해는 필승조에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이로운 카드가 대폭발했다. 야수진에서는 고명준, 안상현, 정준재 등이 1군용 선수로 거듭난 가운데 류효승이라는 거포 유망주까지 등장했다.

시즌 마무리 전율을 일으킨 선수는 신인 포수 이율예. SSG가 청라돔 시대 주축으로 성장시키겠다며 1라운드에 뽑은 유망주였다. 이율예는 한화 이글스의 1위 도전 여부가 걸린 마지막 맞대결에서 9회 전율의 역전 결승 투런포를 때려내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어진 KIA 타이거즈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드래프트 당시에는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지만, 시즌 시작 후 9월 확대 엔트리 전까지 1군에 등록된 건 단 16일. 어디서 뭘하다 시즌 막판 이런 스타성을 발휘한 것일까.

이 감독은 "1군에서는 통하지 않을 타격폼으로 타격을 하더라. 타격을 새롭게 정립시켜줬는데도, 늘 그대로였다. 뭐라고 했다. 지금 폼이 완벽한거냐고. 문제는 2군에서는 원래 자기 폼으로 잘 친 거다. 2군에서는 되는데, 1군에서는 안됐다. 틀을 바꿔야 했다"고 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 감독은 "체중 이동 없이 그 자리에서 그냥 스윙을 하니 힘이 실리지 않았다. 왼 발을 오른발 쪽으로 들었다, 나가면서 치게 했다. 2군에 가서 시합을 뛰며 자기 걸로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2군 경기 중계를 보는데 시킨대로 하더라. 거기에 홈런까지 쳤다. 자신의 틀을 깼구나라는 생각에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확대 엔트리 후 콜업했지만, 워낙 순위 싸움이 치열해 마냥 기회를 주지 못했다. 순위가 다 결정되고, 부담이 덜할 때 내보냈더니 그런 대형 사고를 쳤다. 이 감독은 "2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몸을 많이 키웠더라. 자기 친구들은 1군에서 뛰는데, 그걸 보면서도 2군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잘 이겨냈다는 게 대견하다.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앞으로 주전으로 써야 하는 선수니 확실히 만들어 올리고픈 마음이었다. 1년 동안 2군에서 잘 견뎠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거다. 조형우와 좋은 경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포스트시즌 대타나,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는 감초로 승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후반 큰 타구가 필요할 때나, 백업 포수가 필요할 때 딱이다. 주전이 아니더라도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자체가 어린 선수에게는 대단한 재산이다. SSG 안방 10년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