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 순간을 위해 '먹튀' 오명도 참았던 건가.
클래스가 다름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왜 NC 다이노스가 이 선수에게 132억원 거액을 투자했는지 제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초특급 에이스' 구창모가 아프지 않으니 정말 대단한 투구를 했다. 벼랑 끝 NC 동료들을 탈출시켰다. 이제 1-1 원점이다. 정규시즌 9연승에 이어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까지 10연승의 기세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도 이어질 기세다.
NC는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선발 구창모의 6이닝 1실점 역투에 힘입어 4대1로 이겼다. 5위로 가을야구 막차 탑승에 성공한 NC는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한 경기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할 뻔 했지만, 이날 승리로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팀이 1승의 어드밴티지를 갖고 싸운다.
이날 경기 선제 1타점과 쐐기타까지 날린 데이비슨, 결정적 투런 홈런을 친 김형준도 돋보였지만 단연 최고의 스타는 구창모였다.
구창모는 이날 6이닝 동안 단 75개의 공만 던지며 5안타 3삼진 1실점 완벽한 피칭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성규에게 맞은 솔로포가 옥에티. 하지만 문제 될 게 없었다. 팀만 이기면 됐다.
사실 구창모에게는 핸디캡이 있는 경기였다. 올여름 상무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돌아오자마자 선발 로테이션에 돌아와 후반기 힘싸움에 가세할 걸로 큰 기대를 모았다. 군대에 가기 전 NC와 7년 총액 132억원 초대형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으니, NC와 관계된 누구라도 구창모에 대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에 가기 전 피로 골절 등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복무를 하며 몸상태를 끌어올렸을 거라 믿었다. 실제 상무에서 단 4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구창모는 전혀 공을 던질 상태가 아니라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이호준 감독은 선발이 아닌 구창모는 필요 없다며, 이를 악물고 천천히 몸을 끌어올릴 시간까지 줬는데 거기서 팔꿈치 통증까지 호소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사실상 구창모가 없다고 생각하며 시즌 치른. NC는 막판 박민우, 류진욱 두 주축 선수 부상 이탈에도 선수들이 똘똘 뭉쳐 기적의 9연승을 일궈냈다. 그런데 구창모의 한 방이 매우 컸다. 50여개씩 3경기를 던지며 몸을 끌어올린 구창모. 이 감독은 팀이 절체절명의 경쟁을 하는 와중에도 구창모가 선발로 컨디션을 올릴 수 있게 배려했다. 선발이 50개만 던지고 나와버리면 다음 투수 운영은 죽을 맛.
하지만 구창모가 그 은혜에 제대로 보답했다. 사실상 5위 결정전이었던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와 4이닝 9삼진 무실점 피칭을 하며 팀에 귀중한 가을야구 진출 티켓을 선물했다. 자신도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거기서 '먹튀' 오명을 벗어던질 준비를 하더니,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로건이라는 외국인 투수가 있었지만, 이 감독은 KT전 보여준 구창모의 능력을 믿었다. 몸이 오래 풀리는 스타일이라 선발로 나가야만 본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좋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 역시 구창모에 대한 배려였다.
구창모는 다시 한 번 그 믿음에 응답했다. 에이스가 뭔지 보여준 역투. 투구수 85개 정도로 끊어야 하는 몸상태임을 알고, 영리하게 변화구 위주의 맞혀잡는 피칭을 하며 투구수를 줄였다. 제구가 워낙 존 구석구석 되니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고, 나오면 범타가 되기 일쑤였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전성기 150km 이상을 뿌리던 시절에 한참 못 미치는 146km에 그쳤다.
그렇게 구창모 개인으로도 감격의 승리가 됐다. 2020년 11월 23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승 이후 첫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KT전, 그리고 이날 삼성과의 경기 투구 내용이면 132억원을 투자한 게 전혀 아깝지 않을 듯 하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