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쫄지를 않는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문제지."
NC 다이노스를 살린 건 구창모도, 데이비슨도 아니었다. 무명 포수 김정호라고 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NC는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대1로 승리, 벼랑끝에서 탈출했다. 정규시즌 4위 삼성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기면 되는 반면, 1차전에서 패하면 한 시즌 농사가 바로 끝나는 NC 입장에서는 내일이 없는 승부였는데 이 경기를 잡아내며 승부를 최종 2차전까지 끌고 갔다.
선발 구창모가 6이닝 1실점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해줬다. 4번타자 데이비슨은 1회 선제 적시타, 5회 쐐기 1타점 2루타를 떠뜨리며 제 역할을 했다. 김형준도 5회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게 하는 솔로포를 때려냈다.
문제는 그 5회 후였다. 김형준이 갑자기 교체됐다. 타격 후 왼쪽 손목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 홈런을 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전 2회 타석에서 충격이 있었고, 5회 홈런을 치는 과정에서 악화됐다. 이 중요한 순간, 통증으로 자진 교체라. 김형준이 책임감이 없는 게 아니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는 것이었다.
김정호라는 선수가 대신 마스크를 썼다. 2021년 8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해 올해 1군 11경기를 뛴 게 기록의 전부인 선수. 팀이 앞선다 해도 큰 경기 중압감을 이겨낼지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구창모, 김영규, 전사민, 김진호와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투수 리드도 좋았고, 블로킹 등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었다. 타석에서는 안타까지 쳤다. '사고'만 치지 않아도 될 법 했는데, 거의 마무리 포수같이 경기를 완벽하게 끝내버렸다.
NC에는 박세혁, 안중열이라는 이름값 있는 포수들이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김정호가 나왔을까. 부상 때문이었다. 박세혁은 무릎, 안중열은 손목 부상으로 도저히 엔트리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호준 감독은 "김정호 외에는 등록할 수 있는 포수가 없었다"고 실토했다. 보통 단기전에서는 포수 3명으로 간다. 부상 등 돌발 요소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주전 포수가 다쳐버리면, 남은 2명의 포수가 있는 것과 1명이 있는 건 천지 차이다.
이 감독은 김정호에 대해 "올해 1군에 올릴 때도 2군 평가를 들으면 쫄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오히려 너무 적극적이어서 문제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다행인 건 구창모와 2군에서 호흡을 맞춰놨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었다. 만약 2차전 김형준이 못 뛰고, 김정호가 다치면 그 때는 권희동이나 김휘집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구창모 역시 김정호에 대해 "포수가 갑자기 바뀌어서 당황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호와도 2군에서 호흡을 맞췄기에 걱정은 안 했다. 김정호는 안정감도 있고, 성격도 되게 좋다. 포수로서 의지를 할 수 있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김정호는 경기 후 "오늘 경기 출전을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평소에 언제나 함께 시합을 뛰고 있다는 마음으로 언제든 나갈 수 있게 준비하다 보니 크게 긴장되거나 어려운 것은 없었다"며 "내 역할은 백업이고 수비에 포커스가 더 맞춰져 있다 생각해 타석에선 크게 부담을 갖진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임한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두가 힘을 합쳐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계속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 더욱 오래 가을야구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는 당찬 소감을 밝혔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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