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야 이닝이 끝난다. 시카고 컵스는 야구의 가장 기본룰을 간과했다. 반면 밀워키 브루어스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이닝 종료까지 1아웃 남은 상황에서 컵스의 심장에 세 번의 일격을 가하며 역전승을 달성했다.
밀워키가 안방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5전 3선승제) 1, 2차전을 모두 따내며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선승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컵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밀워키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NL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앤드류 본과 윌리엄 콘트레라스, 잭슨 츄리오의 홈런 3방을 앞세워 7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밀워키는 남은 3~5차전에서 1승만 거두면 NL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다른 조에서는 LA다저스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2연승을 거두고 있다. 밀워키와 LA다저스의 NL 챔피언십 시리즈 격돌이 유력해졌다.
밀워키는 이날 동점과 역전, 쐐기 홈런 3방을 모두 투아웃 이후에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컵스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법한 경기였다.
선제점은 컵스의 몫이었다. 컵스는 1회초 1사 1, 2루에서 스즈키 세이야기 밀워키 선발 애런 애쉬비를 상대로 선제 3점포를 터트렸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체인지업(92.5마일)이 실투성으로 높이 들어왔다. 세이야가 힘껏 휘두른 배트에 걸린 타구는 111.7마일의 속도로 외야담장을 향해 날아가 순식간에 좌중월 담장을 넘어갔다.
하지만 밀워키가 곧바로 1회말 동점을 만들었다.
잭슨 츄리오와 브라이스 튜랑이 컵스 선발 이마나가 쇼타에게 연속 삼진을 당했다. 이마나가의 구위가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손쉽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이마나가는 갑자기 연달아 정타를 허용했다. 윌리엄 콘트레라스와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2구와 1구의 빠른 타이밍에 이마나가를 공략해 연속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2사 1, 2루 상황. 타석에는 앤드류 본이 나왔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타율 0.254, 14홈런을 기록했던 본은 이마나가와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이어 7구째로 들어온 몸쪽 깊은 코스의 스위퍼(83.7마일)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날리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 홈런은 본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1호 홈런이었다.
3-3의 균형은 3회말에 깨졌다. 이번에도 밀워키가 2사 후 홈런 한방으로 승기를 잡았다. 2사 후 타석에 나온 콘트레라스는 볼카운트 1B1S에서 이마나가의 몸쪽 꽉찬 코스 포심패스트볼(90.7마일)을 힘차게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로 만들어냈다. 이 홈런이 이날 결승타가 됐다.
4-3으로 앞서나간 밀워키는 곧바로 4회말에 쐐기점까지 뽑았다. 4회말에도 '운명의 2사 후 홈런'이 터졌다. 1사 후 케일럽 더빈이 몸 맞는 볼로 출루했다. 다음타자 블레이크 퍼킨스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조이 오티즈가 중전안타를 치며 기회를 살렸다. 2사 1, 2루가 됐다.
타석에는 츄리오가 나왔다. 상대 투수는 컵스 두 번째 투수 대니얼 팔렌시아. 팔렌시아는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를 과감히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파울 2개를 유도했다. 츄리오가 힘에서 밀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츄리오는 팔렌시오가 3구째로 또 101.4마일의 강속구를 한복판으로 던지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 받아쳐 가운데 담장 깊숙한 곳으로 넘겼다. 순식간에 7-3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밀워키는 이로써 7점을 모두 2사 후 홈런 3개로 뽑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승기를 잡은 밀워키는 지키기에 나섰다. 불펜진을 총동원했다. 3회에 등판한 제이콥 미시오로브스키가 3이닝을 1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에는 채드 패트릭이 나와 1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 7회에 등판한 제러드 쾨닉이 8회 1사까지 네 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이어 트레버 메길이 바통을 이었다. 메길 역시 세이야과 이안 햅 등 컵스 중심타자 2명을 범타로 처리했다.
마지막 9회에는 애브너 유리베가 나와 역시 3연속 삼진으로 컵스 타선을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켜냈다. 밀워키는 6명의 불펜 투수들이 7⅓이닝을 단 1안타 2볼넷 10삼진으로 완벽하게 막아내며 디비전시리즈 승리를 합작했다.
밀워키와 컵스는 이제 시카고로 향한다. 9일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3차전이 열린다. 밀워키는 퀸 프리에스터, 컵스는 제임슨 타이욘을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