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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헛도는 느낌, 몸 두번 푼건 처음" 1안타 타선에 궂은 날씨까지… 온갖 악재도 막지 못한 청년 에이스의 준PO 집념[W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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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눈부신 호투로 벼랑 끝 팀을 구했다.

원태인은 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4안타 4사구 2개,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2-0 리드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 151㎞.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기세 오른 NC 타선의 예봉을 피했다.

악재 속에 지켜낸 멋진 승리. 이날 경기 시작 10분전 갑작스러운 폭우로 45분 지연개시됐다.

몸을 다 풀어둔 원태인으로선 난감한 노릇. 상대 선발 로건도 1회말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1이닝 4개의 볼넷과 1안타로 2실점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원태인은 꿋꿋하게 버텼다. 오히려 강한 공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원태인은 "10분 전 지연되면서 루틴이 깨져 걱정이 많았다. 열이 안식도록 대기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 생각나더라. 이번에는 몸을 풀고 나서 지연되다 보니 다시 열을 내고 캐치볼 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두 번 풀고 던진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1회 밀어내기로 2점을 올린 삼성 타선은 이날도 무기력 했다. 1회 2사 만루 8번 류지혁부터 6회 김영웅까지 16타자 연속 범타로 NC 선발 로건에게 끌려갔다. 6회까지 로건에게 뽑아낸 안타는 단 1개. 4사구 4개 모두 1회 기록이었다.

삼성의 1안타 승리는 포스트시즌 역대 최소 안타 승리(종전 3안타) 신기록이다.

원태인은 "던지는 동안 2회부터 7회까지 퍼펙트 당하고 있는지 몰랐다. 옷 갈아입고 중계로 들었다. 그래서 내가 쉴 시간이 없었구나 했다(웃음). 이런 시리즈에서는 다득점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2점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자신있지만 무모하지 않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부담이 큰 근소한 차 리드. 하지만 원태인은 천적으로 인한 위기 마다 집중력 있는 투구로 실점을 피했다.

순항하던 원태인은 4회 '천적' 박민우 이우성의 안타로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대타 오영수를 슬라이더로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5회 2사 후에는 김주원의 우익수 쪽 파울타구를 김성윤이 몸을 날려 잡아내는 멋진 수비로 원태인의 롱런을 도왔다. 몸 두번 풀고 1회부터 전력피칭을 하느라 4회에 이미 한계가 찾아왔다.

원태인은 "4회 끝나고 시즌 때 못 느껴본 진짜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너무 지치더라. 5회 성윤이 형 수비가 힘이 됐다. 6회에는 선두타자(최원준)가 초구를 치고 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민우형 타석때는 팔이 헛도는 느낌이었는데, 데이비슨 타석에 데드볼이 나오길래 어떻게 하나 난감했다"고 말했다.

원태인 피칭의 백미였던 6회초. 1사 후 박민우와 데이비슨에게 연속 4사구로 1,2루 위기에 빠졌다.

원태인은 "솔직히 바꾸실 줄 알았다. 투수코치님이 오시더니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라고 하시더라. 아 그래서 벤치가 나한테 믿음이 있구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석에 대타 박건우.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 꽉 찬 147㎞ 패스트볼로 박건우를 얼어붙게 했다. 큰 함성과 함께 포효했던 순간.

이미 투구수가 104구에 달했고 타석에 이날 이미 2탄타를 친 '천적' 이우성이 섰지만 벤치는 원태인을 끝까지 믿었다.

원태인은 148㎞ 직구로 우익수 뜬공을 처리하며 벤치 믿음에 부응했다. 타선 슬럼프 속에 자칫 허무하게 사상 두번째 업셋을 허용할 뻔 했던 악몽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청년 에이스 원태인이 수렁에 빠진 팀을 멋지게 구해냈다.

온갖 악재 속에 승리를 지키고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청년 에이스. 그는 "긴장 하긴 했다.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업셋을 당해선 안될 것 같았다. 올해는 관중 1위도 했고, 팬분들 사랑을 크게 받은 해인데, 마무리가 이렇게 되면 죄송할 것 같았다"며 "힘들 때마다 3루측 관중석을 봤다.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