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조금 욕심이지만, 2할8푼에서 2할9푼까지는 타율을 끌어올리고 싶다."
디펜딩 챔피언의 충격적인 가을야구 탈락에도 KIA 타이거즈 팬들은 이 선수의 부활에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다음 시즌 온전히 주전 중견수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는 김호령이다.
김호령은 올 시즌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전력 외였다는 뜻이다. 이범호 KIA 감독의 최초 구상에 주전 중견수는 최원준(현 NC 다이노스)이었다. 수비 안정감으로 보면 김호령이 최소 백업으로는 1군을 지켜야 했지만,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1할 타율에 그친 김호령의 방망이에 아직 믿음이 없었다.
김호령은 나성범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최원준과 이우성이 부진하면서 외야가 초토화된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일단 수비로 센터라인에 안정감을 찾아줬고, 매일 경기에 나서면서 타격까지 좋아졌다. 이 감독이 지켜보다 타격 폼을 조금 고쳤는데, 그게 성공적이었다.
홍세완 KIA 타격코치는 지난 6월 "폼은 조금 크로스돼 있는 것을 안으로 들어와서 치는데, 몸이 빨리 열리다 보니까 방망이 자체가 조금 뒤에서 맞아서 우측으로 나가는 타구들이 많았다. 지금은 좌측으로 나가는 타구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령은 올해 105경기에서 타율 0.283(332타수 94안타), 6홈런, 39타점, OPS 0.793을 기록했다. 100안타를 넘기지 못했지만, 경기 수를 고려하면 충분히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 타율은 커리어 하이. 121안타를 쳤던 2016년 이후 무려 9년 만에 김호령이 타격으로 돋보였던 시즌이다. 본인이 "욕심"이라고 표현했던 타율 2할8푼을 넘기면서 큰 성취감을 얻었다.
김호령은 올해 연봉 8000만원을 받았다. 그는 군산상고-동국대를 졸업하고 2015년 KIA에 입단한 이래 한번도 연봉 1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 연봉 1억원은 팀 내에서 주전으로 도약했다는 지표와도 같은 금액이다.
프로 12년차가 되는 내년에 김호령이 첫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궁금한 것은 인상 폭이다. 김호령은 2026년 시즌을 건강히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을 전망이다. KIA가 내부 FA 방어를 위해 기대했던 인상 폭보다 더 크게 잡을 가능성이 있다.
KIA는 올해 FA 대어로 분류됐던 박찬호, 최원준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면서 공격적으로 방어했다. 박찬호는 지난해 연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 인상된 4억5000만원, 최원준은 2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 인상된 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12월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조상우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조기 마감했는데도 예비 FA라서 연봉 3억4000만원에서 6000만원 인상된 4억원을 안겼다.
김호령은 위에 언급한 3명처럼 FA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대어는 아니다. 구단이 아주 공격적으로 방어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FA 프리미엄은 기대할 만하다. 프로 11년차에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호령은 어쨌든 생애 최고의 보상을 받을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