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탈락하고도 박수 받을 자격이 있었다. 10연승 기적의 가을을 마친 NC 다이노스는 이미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NC의 기적적인 도전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막을 내렸다. 정규 시즌 막바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면서 믿기지 않는 9연승으로 최종 5위를 손에 넣었던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구창모의 호투와 타자들의 집중력을 앞세워 이기면서 파죽의 10연승을 달리더니, 이튿날 열린 2차전에서는 부상 이탈자들의 공백을 채우지 못해 끝내 무너졌다. '인천까지 가겠다'는 포부는 이루지 못했으나, NC 선수들의 마지막 투혼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 부상을 안고도 뛰는 투지,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원팀의 정신을 직접 보여줬다. 그래서 올해 NC는 실패가 아닌 성공이다.
특별한 전력 보강이 없었기에 올해 거둔 성적이 더 대단하다. NC는 올해 신규 외국인 투수 2명 영입을 제외하면, 별다른 외부 보강이 없었다. 임정호, 이용찬 등 내부 FA를 잡은 것이 전부였고, 손아섭과 김성욱은 트레이드로 보냈다. 타팀처럼 대형 FA들을 잡을 상황도 아니었고, 구단의 계산 역시 올해보다는 내년, 내후년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 전력이 많았던 와중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유망주들의 성장과 트레이드 효과도 봤다.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보낸 이호준 감독도 스스로의 실수들을 인정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개막부터 폐막까지 모든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정규 시즌 9위를 한 작년보다 훨씬 더 다듬어진 팀으로 뭉쳤다. 특히 막판 연승 행진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 설명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하얗게 불태우며 뜨겁게 시즌을 끝낸 NC. 일찌감치 내년 준비에 돌입한다. 이호준 감독은 치열한 순위 싸움이 끝까지 이어지는 와중, 동시에 내년에 대한 구상도 이미 시작했다.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들까지 전부 내년에는 어떻게 좋아질 수 있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했다.
첫번째는 마무리캠프다. 이호준 감독은 "올해 마무리 캠프는 타자들을 데리고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야수 특훈 캠프나 다름 없다. 투수들은 가을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씨인 창원에서 회복 훈련을 위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지만, 타자들은 시즌이 끝난 직후 다시 내년을 대비한 감을 어느정도 찾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캠프 명단도 신인급 유망주부터 1군 경험이 꽤 쌓인 선수들까지 골고루 짰다. 일부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이 내년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 하거나 지금보다 더 월등한 성적을 보여줘야 하는 기대주들이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다. NC는 김주원, 김형준, 구창모 등 올해 비시즌 혹은 내년 WBC 차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선수들의 부상 방지다. 특히 김주원이나 김형준은 소속팀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이고, 김형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유구골 골절이 골절되는 부상까지 입었다.
회복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대표팀에 차출되는 선수들의 부상 예방을 위해 이호준 감독이 직접 트레이닝 파트에 특별 회복 프로그램을 주문한 상태다.
올해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내년에는 조금 더 욕심을 내볼 수 있다. 전력에 대한 외부 평가 이상으로 어떤 끈끈함을 가진 팀이라는 것도 증명했다. 깊어지는 가을부터 내년 준비 시작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