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손세이셔널' 손흥민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이 EPL 역사상 최고의 골잡이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8일(한국시각) EPL 사무국은 공식채널을 통해 '누가 역대 EPL 최고의 골잡인가?'라는 설문을 시작했다. 후보 15인을 공개했는데, 당당히 손흥민이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세르히오 아게로(184골), 앤디 콜(187골), 디디에 드로그바(99골), 엘링 홀란(94골), 티에리 앙리(175골), 해리 케인(213골), 프랭크 램파드(177골), 마이클 오언(150골), 쿠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 모하메드 살라(188골), 앨런 시어러(260골), 뤼트 판 니스텔로이(95골), 로빈 판 페르시(144골), 제이미 바디(145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모두 EPL의 레전드들이다. 손흥민은 6명의 현역 선수들 사이에서 당당히 선정됐다.
놀라운 쾌거다. 사실 손흥민의 기록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기도 한다. 손흥민은 설명이 필요없는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2015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10년간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토트넘 역사상 6번째로 많은 454경기에 출전해, 5번째로 많은 173골을 넣었다. 도움은 당당히 1위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숱한 영광을 이뤄냈다. 2020년 한해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FIFA(국제축구연맹) 푸스카스상, 4번의 EPL 이달의 선수상, 9번의 베스트 풋볼러 인 아시아상 등을 수상했다. 이밖에 열거하지 못한 상까지 포함하면,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쌓았다.
2016~2017시즌 이후 8시즌 동안 두 자릿수 득점기록을 이어왔다. 016~2017시즌 14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 12골씩을 넣었다. 2019~2020시즌에는 11골, 2020~2021시즌에는 17골을 기록했다. 2021~2022시즌 23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2022~2023시즌에는 부상으로 인해 부진했음에도 10골을 넣어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2023~2024시즌에는 17골을 넣었다. 역대 EPL에서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해 단 7명뿐이다.
'10(골)-10(도움)' 클럽도 여러차례 가입했다. 2019~2020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10(11골-10도움)을 달성했던 손흥민은 2020~2021시즌(17골-10도움)에 이어 2023~2024시즌 세번째로 10-10에 이름을 올렸다. 드록바, 램파드, 에릭 칸토나, 웨인 루니, 살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통계 전문 업체 스쿼카는 '역대 EPL 무대에서 세 차례 이상 10골-10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 포함, 6명뿐'이라며 '쏘니(손흥민)가 레전드의 리스트에 올랐다'고 극찬했다. 루니가 가장 많은 5번의 10-10을 기록했고, 칸토나와 램파드가 4회로 그 뒤를 이었다. 드록바와 살라는 총 3차례 기록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에 성공했다.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손흥민은 커리어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토트넘에 17년만의 우승, 41년만의 유럽 무대 우승을 이끈 손흥민은 명실상부 토트넘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입지를 분명히 했다. 우승을 위해 떠난 해리 케인,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등과 달리, 손흥민은 끝까지 토트넘에 남았다.
손흥민은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와 함께 EPL 통산 득점 공동 16위에 올랐다. EPL 통산 208골을 넣어 역대 3위인 루니, 156골을 넣으며 역대 EPL 10위에 오른 저메인 데포를 제치고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물론 손흥민이 이번 투표에서 1위에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번 후보 선정으로 인해 명실상부 EPL 레전드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특히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로 주로 활약하며, 역대 최강의 골잡이로 분류됐다는 것은 손흥민의 결정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보 15명 중 스트라이커가 아닌 선수는 손흥민, 호날두, 램파드, 살라 뿐이다.
손흥민은 EPL을 떠난 후에도 변함없는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LA FC에 입단한 손흥민은 곧바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입단식 3일 뒤인 시카고 파이어스 원정 경기에 후반 교체투입된 손흥민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동점골이 되는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어진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전에서는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해, 결승골 기점은 물론, 쐐기골을 돕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4일 FC댈러스와의 경기에서는 데뷔골까지 넣었다. 전반 6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를 미국에서 펼쳤다. 손흥민은 입단 후 9경기에서 8골-3도움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손흥민은 MLS 주간 베스트에 무려 4번이나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손흥민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파트너, 데니스 부앙가는 손흥민을 만나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MLS 최고의 스코어러로 자리매김했다. 21경기에서 13골을 넣었던 부앙가는 손흥민 이적 후 치른 8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부앙가는 23골로 MLS 득점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활약 속 LA FC는 MLS컵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