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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가 됐으면" 손흥민 '137G' 대역사, 26년 만의 브라질 격파 정조준…김민재→이강인 '삼대장' 완성, 홍명보 감독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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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022년 12월 6일, 대한민국과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충돌했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에도 현실은 냉혹했다. 1대4 완패였다.

당시 대한민국 A대표팀을 이끌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1~3차전에서 베스트 전력을 풀가동했다. 태극전사들은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전반 일찌감치 희비가 엇갈렸다. 브라질은 전반 7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필두로 네이마르(13분), 히샬리송(29분), 카세미루(34분)가 릴레이골을 쏟아부었다. 대한민국은 후반 31분 백승호의 만회골로 '영패'를 모면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벤투호 시절, 대한민국은 브라질에 3전 전패였다. 브라질은 카타르월드컵을 앞둔 2022년 6월 2일에도 상암벌을 찾았다. 결과는 더 혹독했다. 1대5로 참패했다. 시대는 또 달라졌다. 벤투 감독이 떠났고, 클린스만 체제를 잠시 거친 후 홍명보 감독이 지난해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2년10개월 만에 재대결이 성사됐다. 홍명보호는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갖는다.

간판인 네이마르가 없지만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위로 대한민국(23위)보다 17계단이나 위에 있다. 다만 북중미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콜롬비아, 우루과이에 이어 5위를 차지하며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기회다. 브라질과의 통산 전적은 1승7패다.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는 홍 감독이 현역 시절 풀타임 소화했던 1999년 3월 28일 맞대결이었다. 김도훈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신승했다. 홍명보호는 26년 만의 두 번째 '대이변'을 꿈꾸고 있다.

분위기도 적기다. 손흥민(LA 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PSG), 한국 축구의 '삼대장 시대'가 정점을 찍고 있다. 이강인의 경우 벤투호 시절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카타르월드컵 16강전도 그랬다. 컨디션이 변수지만 이제는 '삼각 축'이 제대로 그려졌다. 김민재는 스리백에서도 여백이 없다. 홍 감독은 결전을 하루 앞둔 9일 김민재의 상태에 대해 "전혀 문제 없다. 경기하는 데 컨디션 문제 없다. 이 안에서 우리에게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인의 존재감은 비교할 수 없다. 2024~2025시즌 PSG의 사상 첫 트레블(3관왕·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우승)의 일원이었다. 홍명보에서도 '간판'의 지위다.

그리고 '캡틴' 손흥민이다. 그는 지난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둥지를 옮겼다. '쏘니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딱 두 달 만에 평가를 돌려세웠다. '완벽한 이적'이라는 찬사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는 LA FC 유니폼을 입고 최근 9경기에 출전, 8골-3도움을 올렸다. 더구나 브라질전은 손흥민에게는 역사다. 그는 레전드인 차범근 홍명보와 함께 A매치 최다인 136경기 출전을 기록하고 있다. 한 경기만 더 출전하면 137경기를 찍는다. A매치 최다 출전에 그의 이름 석자가 단독으로 오른다.

손흥민은 9일 "각자 다른 환경에서 합류했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브라질이란 세계적인 강팀과 경기할 수 있게 됐다. 선수들도 설렌다. 빨리 경기를 했으면 하는 그런 기분인 것 같다. 좋은 경험,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축제의 무대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설욕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황홀한 순 없다. 9월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골맛을 본 손흥민은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정조준하고 있다.

손흥민은 "내게 브라질이란 팀은 세계 1위를 싸우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15년 동안 함께한 동료, 많은 축구인들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역사를 쓸 수 있는 것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브라질전에 출전한다면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 결과도 가지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홍 감독은 '축구공은 둥글다'고 했다.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강한 상대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친선경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평가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강한 팀과의 경기를 통해서 지금의 결과보다는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이 있다. 그 부분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를 예측할 순 없다.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상태는 좋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는 손흥민을 향해선 "항상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게 돼 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더 훌륭한 것은 그동안 손흥민이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 등 어느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항상 장거리 여행이 많았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며 "그런 걸 봤을 때 내가 가진 경기수는 같지만 차이가 난다. 브라질전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내가 가진 다른 기록까지 손흥민이 다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태극전사들은 이제 어떤 상대를 만나든 두려움이 없다. 9월에 이어 '탈아시아'의 두 번째 여정이다. 브라질을 상대로도 빛을 발한다면 한국 축구는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