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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개막시리즈 숨은 키워드 '복수혈전' 결과는?...복수 성공-실패 엇갈려 더욱 흥미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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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흔히 '복수'란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입에 담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승부의 세계에서는 보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자 라이벌 매치를 상징하는 수식어로 자주 회자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펼쳐진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개막 시리즈는 숨은 키워드 '복수혈전'으로 흥미를 더했다. 특히 이를 갈고 새 시즌을 맞은 쪽이 복수에 성공한 경우가 잇따라 눈길을 끌었다.

'복수혈전' 시리즈는 개막 첫날(3일) 공식 개막경기로 지정된 창원 LG-서울 SK전에서 부터 시작됐다. 다시 보는 챔피언결정전이었다. SK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최종 3승4패로 밀리며 분루를 삼켰다. 초반 3연패 이후 3연승으로 대추격에 성공하며 보기 드문 드라마를 썼다는 찬사도 위안이 되지 않을 정도로 SK에겐 '한'이 깊었다.

그런 SK는 이번 개막 리턴매치에서 짜릿하게 복수하는데 성공했다. 한때 13점차로 밀렸던 SK는 4쿼터 막판 맹추격으로 연장으로 몰고가는 데 성공했고, 연장에서 12득점-4실점으로 상대를 꽁꽁 묶으며 89대81로 승리, 챔프 등극 함성이 울려퍼졌던 창원실내체육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튿날인 4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서울 삼성전은 '복수'의 희비가 엇갈린 매치였다. 이날 삼성 소속으로 한국가스공사와 처음 대적한 이대성과 앤드류 니콜슨은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서 감정이 교차하는 선수다. 한국가스공사 소속이었던 이대성은 2년여 전 해외 진출 이후 삼성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혔고, 니콜슨은 지난 시즌 종료 후 3시즌간 몸담았던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이날 98대76으로 대승했다. 3점슛을 19개나 터트리는 '양궁농구'로 시즌 첫승의 기쁨을 더했다. 니콜슨은 매치업 상대 만콕 마티앙에 밀리지 않는 활약으로 승리를 도우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고, 한국가스공사는 이대성에 12득점(3점슛 2개)-7리바운드-3어시스트를 허용하며 복수에 실패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안양 정관장전(6일)에서도 66대83으로 패하며 복수의 제물이 됐다. 유 감독과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다. 2023년 6월, 계약기간 1년이 남았는데도 경질당한 유 감독은 한국가스공사 측이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자 법적 투쟁을 했다. 1년여의 지루한 소송전 끝에 유 감독이 최종 승소하면서 명예회복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컸다. 승소와 함께 정관장에서 새출발 기회를 얻은 유 감독은 한국가스공사와의 첫 대결에서 보란듯이 분풀이를 했다.

8일 열린 원주 DB-정관장전(DB 75대69 승), 고양 소노-SK전(소노 82대78 승)도 흥미로운 복수전이었다. DB는 지난 시즌 6강 진출권을 놓고 정관장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당시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정관장을 만난 DB는 '승률 동률→맞대결 전적 우위' 원칙에 따라 6강 진출을 노렸지만 패하는 바람에 울었고,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되갚았다. 소노는 SK와의 홈경기 4연패 끝에 첫승을 거뒀다. 2023년 창단 후 두 시즌 연속 SK와의 첫대결 연패의 사슬도 끊었고, 올시즌 개막 2연패 탈출이자 손창환 감독의 데뷔 첫승으로 활짝 웃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