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타격왕(3할3푼1리)에 53홈런 114타점, 포스트시즌에는 5할 타율에 결정적 홈런까지. 더이상 어떻게 더 잘할까.
무섭도록 날선 애런 저지의 방망이가 무색하게도 뉴욕 양키스는 올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양키스는 9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4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2대5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1승3패의 탈락이다.
한때 '악의 제국'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27회는 아직도 메이저리그 최다 우승 기록이다.
하지만 어느덧 흘러간 세월을 회상하는 철지난 명문팀이 됐다. 마지막 우승은 2009년, 이후 월드시리즈 진출은 2024년 1번이 유일하다. 올해도 좌절을 겪었다. 그리고 이는 곧 곧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 저지의 '무관' 좌절이기도 하다.
저지는 데릭 지터라는 큰 산으로부터 양키스 간판타자 자리를 이어받은 슈퍼스타다. 2013년 1라운드에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2017년 52홈런을 치며 갑작스럽게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에도 2022년(62개) 2024년(58개)에 이어 올해 4번째로 50홈런을 넘겼다.
올해도 포수-스위치 타자 최초 50홈런에 빛나는 칼 롤리(시애틀 매리너스)와 더불어 가장 유력한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로 꼽힐 만큼 훌륭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 힘으로 이길 수 없다. 이날도 저지는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3출루를 달성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전날 3차전에서도 동점 3점포를 쏘아올리며 양키스를 살렸던 저지다.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 2할5리(220타수 45안타)로 '새가슴' 논란의 대표적인 스타였지만, 올해는 달랐다. 와일드카드 시리즈(vs보스턴 레드삭스)에 이어 이번 시리즈까지 5할 타율(26타수 13안타)에 OPS(출루율+장타율)는 1.273에 달했다. 토론토와의 디비전시리즈만 따지면 15타수 9안타다.
이른바 '영양가'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총 7경기 중 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치며 양키스의 '식물' 타선을 매경기 이끌었다.
하지만 양키스는 졌다. 투타에 걸친 팀 전체의 하락세는 저지 혼자 어찌할 수 없었다. 선발도, 타선도 침묵 그 자체였다.
저지는 경기 후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내 성적과 별개로 우승을 못하면 좋은 시즌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뛰는데,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다. 내 동료들과 보다 더 긴 시즌을 함께 하면서 우승까지 달려가지 못했다. 올한해 승패와 상관없이 우리 곁을 지켜준 팬들을 실망시켰다"며 절절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어떻게 해야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 내년에는 더 노력하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시즌이었다.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끔찍한 결말이 나왔다"며 속상해했다. 그는 "나도, 저지도 언젠가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도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