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의 '최원태 사용법'. 대성공이었다.
최원태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깜짝 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3선발을 모두 소모해 4선발이 나갈 상황이었는데, 시즌 중 SSG전에 강한 면모가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원태는 올시즌 SSG전에서 5경기 2승1패, 3.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KIA전(3경기 2승무패 2.08) 다음으로 랜더스 전에 강했다. 박 감독은 "좋은 분위기 속에 투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했다.
바로 직전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2차전 당시와 온도 차가 뚜렷하다.
박진만 감독은 와일드카드 2차전에 최원태를 미출전명단에 올렸다. 이유에 대해 "최원태가 구위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선수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자신감과 멘탈이 흔들리는 부분이 있어서, 오늘 게임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냉철하게 말했다.
마치 가을야구 내내 안 쓸 것 같은 차가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통과한 직후 인터뷰에서 박진만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있는 상태이긴 한데, 오늘 밤에 고민을 좀 더 해야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리고 다음날 발표된 1차전 선발은 최원태. 그렇다면 와일드카드 2차전 미출전선수 등재 시부터 최원태의 준PO 1차전 선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말할 단계는 아니었다. 와일드카드 통과 여부가 불확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콕 짚어 '자신감과 멘탈 부족'을 언급했을까. 자극을 줘 오기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최원태는 가을야구만 가면 힘을 못썼다. LG 시절이던 2023년 KT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등판, ⅓이닝만에 2안타 2볼넷으로 4실점 하고 조기강판 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한번은 마음 독하게 먹고 전기를 마련해야 했다.
박진만 감독은 격려 대신 질책성 코멘트로 선수의 벼랑 끝 오기를 자극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원태는 초반부터 피해가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으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6이닝 2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SSG 랜더스 타선을 잠재웠다. 최고 149㎞의 포심 투심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4구종을 균형 있게 섞어 아직 감을 잡지 못한 랜더스 타선을 무력화 했다.
노련한 베테랑 포수 강민호도 랜더스 타자들의 컨디션을 빠르게 파악한 뒤 초반부터 적극적인 정면 승부와 적절한 타이밍의 변화구 유인구를 통해 최원태의 기를 살려줬다.
1차전 승리와 최원태 가을야구 완벽부활이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승리의 날.
박진만 감독은 2차전 최원태의 미출전선수 등록에 대한 숨은 포석을 묻는 질문에 "전략상 가라비토 선수가 오늘 세모가 아닌 것과 연계해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묘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