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사자의 포효도 화려한 커튼콜도 없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최원태는 자신의 가을야구 역사를 이제 새로 쓰기 시작했다.
최원태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했다. 6이닝 무실점으로 SSG 타선을 봉쇄했다. 삼성은 5대2로 승리했다.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최원태는 1차전 MVP에 등극했다.
최원태는 5-0으로 앞선 6회말 2사 1루, 마지막 고비에 봉착했다. SSG 간판타자 에레디아를 마주쳤다. 최원태는 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바깥쪽에 커브를 떨어뜨렸다. 에레디아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최원태의 포스트시즌 첫 승리투수 요건과 퀄리티스타트가 동시에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종종 나오는 세리머니는 볼 수 없었다. 최원태는 어퍼컷을 날리지도 않았고 환호를 내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동작으로 주먹을 꽉 쥐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3루 관중석을 푸른 물결로 뒤덮은 삼성 팬들은 열광했다. '최원태'를 연호했다. 최원태는 커튼콜도 하지 않았다.
사실 최원태는 커리어에 비해 가을야구 성적이 나빴다. 최원태는 정규시즌 통산 244경기 86승 65패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통산 17경기(선발 6회) 승리 없이 2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16으로 부진했다. 프로 데뷔 10시즌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1승'에 입맞춤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원태는 훌륭한 투구를 뽐내고도 기쁨을 크게 표출하지 않았다.
경기 후 최원태는 "(정규시즌과)같은 경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좋은 팀에 와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어서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원태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강민호에게 감사해 했다.
최원태는 "(구)자욱이형 (박)병호형이 사우나 하면서 힘을 줬다. 흔들리더라도 단순하게 생각하고 하나에만 집중하라고 해주셨다. (강)민호형이 사인을 잘 내줬다. 고개 안 흔들고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인천=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