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혼형 국대'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마침내 한국 그라운드를 밟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5로 대패했다. 한국은 에스테방(첼시)과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의 연속 멀티골,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의 쐐기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9월 미국 원정에서 미국(2대0 승)과 멕시코(2대2 무)를 상대로 선전했던 홍명보호는 '세계 최강'의 벽을 여실히 느꼈다. 호평을 받았던 스리백은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공격진의 날카로운 역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반 황인범(페예노르트)-백승호(버밍엄시티) 중원 듀오는 브라질에 압도당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황인범은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백승호는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브라질은 이 틈을 타 드리블러들을 적극 활용해 허리진과 수비 사이, 이른바 포켓 지역을 적극 공략했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중원에 변화를 줬다. 황인범 대신 카스트로프를 투입했다. 한국축구 역사상 첫 외국 태생의 혼혈 국가대표가 한국팬들 앞에 첫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카스트로프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의 9월 최대 수확이었다. 그는 독일축구협회(DFB)에서 대한축구협회(KFA)로 소속을 옮기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국 원정길에 카스트로프를 전격 발탁한 홍명보 감독은 "현재 대표팀에 없는 스타일"이라며 큰 기대를 보였다.
카스트로프는 기대에 100% 부응했다. 미국전에서 교체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카스트로프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멕시코전에는 선발 출전까지 이뤄낸 카스트로프는 수비 진영에서의 간결한 연계와 수비, 공격 진영에서는 압박과 재빠른 움직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원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활동량과 공을 받기 위한 꾸준한 오프더볼 움직임도 돋보였다.
카스트로프는 미국 원정을 마친 후 "목표는 감독님의 선택을 받아서 대표팀에 다시 오는 것이다. 브라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한국에서 또 뛰게 된다면 기분이 남다르고 또 상당히 기쁠 것 같다"고 했다.
꿈이 이루어졌다. 키스트로프는 상암벌에서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옌스!"가 울려퍼졌다. 중앙 미드필더로 활발히 움직이던 카스트로프는 김진규(전북)가 투입되자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카스트로프는 최근 소속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데뷔골을 넣는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팀에서 공격적으로 하면서 득점도 했고, 그런 멀티 능력이 있으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이드 역할도 맡을 수 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할 수 있는 선수다. 미드필더에 1차적으로 중앙을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역할도 선수와 이야기해서 잘 맞을 옷도 찾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 브라질전에서도 소속팀과 같은 포지션으로 활용했다.
아쉽게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카스트로프의 멀티능력은 향후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