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월드컵 4강 신화로 '국민감독' 반열에 오른 거스 히딩크 감독. 처음부터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가진 프랑스와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0대5 참패를 당하면서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어진 친선경기도 가시밭길이었다. 체코와의 원정 승부에서 또 5골을 내주며 참패했다. 히딩크 감독 앞엔 '오대영'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안방에서 치르는 월드컵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러나 본선 직전 가진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몰라보게 달라진 경기력을 앞세워 1골차 승부를 펼치며 상대를 놀라게 했다. 이후부터 우리가 아는 전설이 시작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안방에서 '삼바군단' 브라질에 0대5로 졌다. 2026 북중미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은 일부 부상자로 100%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음에도 홍명보호를 압도했다. 세계적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밑에서 선수들은 90분 내내 최선을 다했고, '월드클래스'를 증명했다. 9월 A매치에서 미국을 완파하고 멕시코와 접전 끝에 무승부를 거두며 가능성을 내비치는 듯 했던 홍명보호지만, 브라질과의 격차는 상당했다.
브라질전은 애초부터 '승리'가 모든 결과를 말하는 승부가 아니었다. 그동안 홍 감독이 꾸려온 스쿼드에 새로운 전력과 전술을 사용해 브라질 같은 강팀을 만났을 때 내용 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잔뼈가 굵은 브라질 선수들은 홍명보호의 빌드업을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하프라인도 넘지 못하게 하는 무시무시함을 선보였다. 겹겹이 수비수가 쌓인 상황에서도 귀신 같은 공간 침투 및 패스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선제골 허용 전까지 한국은 활발하게 공격을 전개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후부터 급격히 무너졌다. 이 지점에서 아쉬움이 시작된다. 브라질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빌드업 전략에서의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운이 따라주지 않은 측면도 있다. 후반전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투입하면서 중원에 무게를 싣는 선택을 했지만, 실수로 두 골을 헌납하면서 분위기가 또 가라앉았다. 이후 홍 감독은 손흥민(LA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주력 선수들을 차례로 빼고 신예들을 내보내 경험 축적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힘든 교체였다.
브라질전은 북중미월드컵 성공을 위해 맞는 예방주사 차원의 승부였다. 때문에 5골차 패배는 오히려 보약으로 여길 만한 부분이 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9월 A매치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문제점을 찾았다는 점은 분명한 소득이다. 홍명보호가 브라질전에서 얻은 숙제를 풀어야 북중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열린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에게 붙은 오대영 별명에 대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처 받지 않았다. 내가 한국을 맡으며 내건 조건 중 하나가 '준비하는 과정 중에 쉬운 길을 택하지 말자'였다. 패하더라도 얻을 게 많을 것이기 때문에 (0대5 스코어를) 패배 만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히딩크호의 캡틴으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홍 감독 앞에도 '오대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브라질전이 참패로 기억될 지, 북중미 성공의 계기가 된 전환점이 될 지는 그의 손에 달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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