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충분히 던질 만한 승부수였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의 후라도 깜짝 불펜 투입. 끝내기 홈런으로 아쉽게 끝났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건 아니었다. 전화위복의 여지를 남긴 결단이었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은 추격자였다.
SSG가 2회 고명준의 선제홈런, 3회 최정의 적시타로 2-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삼성은 4회 디아즈의 2타점 적시타로 빠르게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SSG가 5회 에레디아의 적시타로 3-2를 만들며 다시 균형을 깼다.
원점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삼성 타선은 4회부터 빠르게 가동된 SSG 필승조에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9회초 결국 철벽 마무리 조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대로 경기는 SSG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방'이 가능한 김영웅 대신 '출루'에 무게를 둔 김지찬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승부수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가을야구 첫 세이브 상황을 맞은 조병현이 긴장감 속 상대적으로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 영점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볼넷. 보내기 번트에 이어 강민호의 가을야구 첫 안타가 3-3을 만드는 극적인 동점적시타가 됐다.
삼성 벤치가 주저 없이 움직였다.
3-3으로 맞선 9회말. 후라도를 마운드에 올렸다. 연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포석.
첫 타자 최지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후라도는 김성욱에게 무심히 볼카운트를 잡으러 직구로 들어가다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3대4 아픈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후라도 불펜 등판. 무리수였을까. 결코 아니다. 충분히 던져볼 만 한 승부수였다.
첫째, 이날 후라도 불펜 등판은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3,4차전 승부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는 상황이었다.
후라도와 원태인은 지난 6,7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에 각각 등판해 100구 넘는 공을 던졌다.
10일 내린 비로 하루씩 연장 되면서 대구 3,4차전은 13,14일에 열린다. 일주일이란 충분한 휴식일. 3차전 원태인, 4차전 후라도로 선발 순서를 바꿔도 무방하다.
원태인은 5일을 충분히 쉬고 원래 예정일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루틴대로 준비할 수 있어 컨디션 조절이 용이하다. 원태인은 현재 흐름 상 삼성 선발투수 중 최고의 카드다. 양보할 수 없는 3차전. 앤더슨과의 진검승부 카드로 적합한 선택이다.
충분히 쉬고 나온 후라도는 이날 7개의 공을 던졌다. 사흘 뒤 4차전에 앞서 불펜 피칭을 한 셈 치면 되는 상황이다.
둘째, SSG가 자랑하는 필승조가 모두 소진된 상황이었다.
경기 개시 후 6연속 탈삼진과 3이닝 퍼펙투를 펼친 SSG 선발 김건우가 타순이 한바퀴 돈 4회부터 흔들리며 SSG는 필승카드를 당겨써야 했다.
이로운 노경은 김민 조병현 핵심 카드가 줄줄이 등판했다. 만약 연장에 들어갔다면? SSG 이숭용 감독은 "문승원을 준비해놨었다"고 했다. 삼성의 승리확률이 충분히 있었다.
내일이 없는 단기전. 이길 수 있을 때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 SSG처럼 불펜진이 단단한 팀을 상대로 9회 동점을 만들었다면 더한 승부수라도 띄웠어야 했다. 셋째, 비록 졌지만 삼성 선수단에 사령탑의 강한 의지와 메시지를 남겼다.
단기전은 흐름싸움이다. 최원태의 호투 속 9일 1차전을 잡은 삼성은 기세를 몰아 10일 2차전도 강하게 밀어붙여 SSG을 벼랑 끝에 몰고자 했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우천 취소로 하루가 연기됐다. 장염 증세 회복중인 SSG 에이스 앤더슨에게 하루를 더 벌어다줬다.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비의 악몽'이 생생한 삼성으로선 하루 연기돼 열린 2차전을 맥 없이 지면 자칫 시리즈 전체 흐름을 넘겨줄 수 있는 상황.
무리를 해서라도 2차전을 잡으면 최상이었다. 설령 지더라도 강한 기세와 승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삼성 선수들은 '후라도 불펜 투입'을 통해 이번 시리즈를 임하는 사령탑의 간절함과 강한 의지를 읽었다. 3차전 승리를 향해 똘똘 뭉쳐 투혼을 발휘할 공산이 커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