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레전드' 석은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탁구대표팀이 2025년 아시아선수권 8강에서 홍콩과 격돌한다.
12일 오후(한국시각) 인도 부바네스와르에서 펼쳐질 아시아선수권(단체전) 첫 경기인 8강 상대로 홍콩이 낙점됐다. 2년마다 개최되는 아시아선수권은 올해부터 세계선수권 형식으로 개인전, 단체전을 번갈아 하게 됨에 따라 올해는 단체전 방식으로 열린다.
한국 여자탁구는 지난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대회 8강서 '복병' 인도에 2대3으로 패하며 4강행이 불발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엔 WTT 중국 스매시에서 대한민국 여자탁구 사상 최초로 단식 4강 역사를 쓴 신유빈과 '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은혜(대한항공), '여자탁구의 미래'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 '왼손 에이스' 최효주(한국마사회), '베테랑 에이스' 양하은(화성도시공사) 등 5명의 국가대표가 나선다. 홍콩은 두호이켐, 윙람, 주청주 등으로 에이스 두호이켐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최근 에이스 신유빈의 상승세, 국내 대회에서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양하은 등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스쿼드로, 전력상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석은미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복식 은메달, 2000년 도하아시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출신 레전드다. 여자탁구대표팀 코치로 나선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전 미래에셋증권)조의 여자복식 금메달,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빚어낸 후 올해 사령탑으로 부임해 최전선에서 여자탁구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따뜻하고 세심한 공감 능력과 냉철한 지도력으로 선수들과 선후배 지도자들의 신망이 두텁다.
석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직전 열린 중국 스매시에서 첫 4강에 오른 신유빈과 이토 미마(일본), 쉬신야오(중국) 등을 꺾고 8강에 오른 주천희 등 한국 선수들의 약진이 여자대표팀 전체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했다. "(신)유빈도 (주)천희도 연습한 내용이 실전에서 나왔다. 선수들이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았고 그 성과가 나왔다. 정확한 방향대로 탄탄하게 준비하면 원하는 수준까지 갈 수있다는 희망,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지도자와 선수의 '케미'가 중요한데 분위기가 좋다. 저와 최현진 코치, 서효원 코치 모두 선수 각각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더 좋은 방향과 훈련을 가져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번의 가능성만으로는 속단하기 어렵다. 더 단단하게 준비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대해 더 고민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아선수권 목표는 "4강을 넘어 결승 진출"이다. 석 감독은 "한단계 한단계 올라갈 것이다. 홍콩, 인도 어디든 좋다. 인도에 '리벤지'도 해보고 싶다. 중국, 일본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석 감독은 "이 대회는 내년 세계선수권,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까지 가는 과정"이라면서 "우리 스스로 실력을 더 쌓아야 한다. 신유빈, 주천희뿐 아니라 (김)나영이도 더 올라와야 한다. 충분히 더 할 수 있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확실한 4강권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올림픽서 단체전 동메달을 땄지만 냉정하게 말해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실력은 아직 아니다. 운이 좋아서 한번은 할 수 있지만 모든 선수의 전반적 수준이 함께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중국, 일본을 상대로 '안된다는 생각'은 절대 안된다. 계속 두드리자, 도전하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선수권 8강전을 앞두고 석 감독은 "우리는 8강부터 결승이다. 선수 5명 중 최고의 컨디션, 최고의 조합을 찾아, 상대성을 파악해 기용할 것이다. (신)유빈이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고 매경기 베스트 라인업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유빈의 단체전 활약에 대해 석 감독은 "유빈이는 단체전에서의 임무를 누구보다 잘 감당하는 선수다. 탁구를 사랑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솔선수범하려는 마인드도 장점"이라고 절대 신뢰를 표했다.
지난해까지 '주장'으로 후배들과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달리다 올 여름 은퇴 직후 대표팀 '막내 지도자'로 합류한 서효원 코치는 '원팀'의 정신을 강조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전)지희, (양)하은, (이)은혜, (신)유빈이와 함께 단체전에 나갔을 때 생각이 난다. 에이스는 당연히 부담을 가져야겠지만, 모든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에이스의 짐을 덜어주고 나눠 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희도 하은이도 은혜도 '언니, 제가 무조건 하나 잡을게요'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단체전은 하나의 목표 아래, 각자 한게임씩 잡는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하은이, 은혜, 효주 모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단체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고 후배들과 힘을 합쳐 잘해줄 것"이라고 굳건한 믿음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