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땡큐, 김성욱!'
정규시즌 2위 한화 이글스는 다가오는 플레이오프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반기 1위를 차지하고도, 후반기 LG 트윈스의 반격에 밀려 아쉽게 2위에 그쳤지만 우승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지나치게 체력을 빼지 않고 올라간다면 오히려 경기 감각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유리하게 한국시리즈를 맞이할 수 있다. 물론 플레이오프를 큰 힘 쓰지 않고 빠르게 끝내야 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플레이오프 내용이 중요하다.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올라가면 그 팀이 소모되지 않는 전력을 무기로 한화를 상대할 수 있어 기다리는 팀, 한화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럽다.
단기전에서 기다리는 감독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바로 '아래 팀들이 피터지게 싸우고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기 싸움이 심상치 않다.
사실 시리즈 전 전망은 SSG의 우위였다. 삼성은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자칫하면 탈락할 뻔 했고, 방망이가 전혀 말을 터지지 않았다. 후라도, 원태인 원투펀치가 너무 많이 던져 준플레이오프 1, 2차전 출격 불가였다.
그런데 드라마는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
두 가지 변수가 양팀 전쟁을 지배했다. 하나는 SSG 에이스 앤더슨이 장염으로 인해 1, 2차전에 나오지 못했다는 점, 또 하나는 가을야구에서는 전혀 기대 받지 못했던 삼성 최원태가 1차전 눈부신 호투로 깜짝 선물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1차전 후 판세는 급격하게 삼성으로 흐르는 듯 했다. 2차전 선발 싸움에서는 삼성 가라비토가 SSG 신예 김건우보다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9회 2-3으로 밀리던 삼성 강민호가 극적 동점 적시타를 칠 때만 해도 '이러다 3대0 시리즈 나오는 거 아니야'라는 얘기가 나왔다. 삼성이 경기를 뒤집을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삼성은 에이스 후라도를 9회 투입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무조건 이긴다는 의지의 천명이었다.
만약 삼성이 원정에서 2연승을 거뒀다면, 아무리 앤더슨 카드가 살아있더라도 SSG는 희망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성욱이라는 신데렐라가 후라도를 상대로 극적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리며 인천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한 방에 SSG 팬들도, SSG 선수들도, SSG 이숭용 감독과 코치들도, SSG 관계자들도 모두 격렬하게 기뻐했을 하루.
하지만 SSG 못지 않게 이 승리를 기뻐할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한화였다.
김성욱의 홈런 한 방으로 준플레이오프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삼성은 통한의 패배를 당했지만 홈에서 원태인, 후라도 카드를 쓸 수 있다. SSG도 앤더슨이 있고, 2차전 반격으로 분위기를 탔다.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든 판국으로 접어들었다. 5차전 승부도 기대해볼 만한 흐름이다.
경기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한화 모든 관계자들의 입꼬리가 올라갈 건 불보듯 뻔하다.
지난 1일, 마지막 1위 희망을 이어가고 있던 한화에 끝내기 홈런으로 일격을 가했던 팀이 SSG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 죽다 살아나 준플레이오프를 접전으로 만든 SSG와 한화의 인연도 참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