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남의 실패는 나의 기쁨?'.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인도네시아전 패배가 도화선이 되어 본선 진출이 좌절된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월드컵 꿈이 좌절된 현실을 집중조명했다. 인도네시아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4차예선 B조 2차전에서 이라크에 0대1로 패하며 9일 사우디아라비아전 2대3 패배를 묶어 2전 전패로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중국 매체 '베이징 청년일보'는 '인도네시아의 꿈이 산산조각났다. 이러한 결과는 인도네시아의 대대적인 귀화 프로그램이 실패했거나, 시기상조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은 축구계에서 빠른 성공과 지름길이 없다는 걸 다시 증명한다'라고 평했다.
인도네시아는 월드컵 3차예선에서 중국, 바레인을 제치고 조 4위를 차지하며 4차예선에 올라 첫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지난 1월 신태용 전 감독을 돌연 경질하고 '네덜란드 전설'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한 후 내리막을 탔다. 최근 A매치 8경기에서 3승1무4패, 승률은 37.5%다.
'청년일보'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도네시아 축구가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 축구의 주요 쟁점인 귀화 프로그램을 살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지난 5월에 발표한 32명의 명단 중 21명을 귀화선수로 채웠다. 중국전에선 14명이 귀화선수였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인도네시아가 귀화 선수에 투자한 액수는 9000만유로(약 15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이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에선 기간 동안 귀화 선수를 선발한 방식과 다르게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귀화 선수를 영입했다. 그 중 상당수는 유럽 클럽에서 활약하고 있고, 일부는 주전으로 뛸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손흥민 동료' 아드리안 위보오(LA FC), '옌스 동료' 케빈 딕스(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제이 이제스(사수올로), 칼빈 베르동크(릴OSC), 에밀 아우데로(크레모넨세), 저스틴 휘브너(포르투나 시타르트) 등 인도네시아 혈통을 지닌 선수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귀화시켰다. 아시아 축구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행보였다.
'청년일보'는 '이번 월드컵 예선 진행 상황을 보면, 귀화 선수에 크게 의존한 인도네시아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필요한 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가 귀화 프로그램을 너무 성급하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로 팀을 조합하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전통 강호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골을 넣으면, 인도네시아는 심리적으로 취약해져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협회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올림픽 대표팀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신태용 감독을 경질한 결정을 주목할 만하다. 협회는 '팀의 경쟁력을 빠르게 향상시킨다'라고 정당화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부임은 코치진과 귀화 선수단간 소통을 개선했지만, 팀의 전반적인 경기력, 특히 경기장 내 응집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소속감과 팀워크의 부족이 인도네시아 귀화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한 이유'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 글로보'에 따르면, 에릭 토히로 인도네시아 협회장은 "인도네시아를 월드컵 4차예선으로 이끈 모든 팬, 선수,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우린 역사상 처음으로 이런 경지에 도달했다.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팬의 실망감은 소셜 미디어로 빠르게 확산되었고 있다. 한 팬은 "직업이 없는 감독을 선임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협회가 책임져라"라고 비난했고, 다른 팬은 "우리의 꿈을 무너뜨려줘서 감사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NS상에는 '#KluivertOut, #PatrickOut' 등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