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축구 변방' 페로제도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페로제도는 13일(한국시각) 페로제도 토르스하운의 토르스뵐루르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유럽예선 조별리그 L조 8차전에서 2대1 깜짝 승리를 거뒀다. 전반 체코의 단단한 수비에 고전하던 페로제도는 후반 22분 하누스 쇠렌센(트리글라프 크란지)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후반 33분 아담 카라베츠(올랭피크 리옹)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마르틴 아그나르손(아르후스 프레마드)가 3분 뒤 결승골을 뽑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6위로 선수단 총 시장가치가 538만유로(약 89억원,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불과한 페로제도가 FIFA 랭킹 39위이자 선수단 몸값이 약 27배(1억4673만유로·약 2445억원)에 달하는 체코를 제압한 건 이번 유럽예선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이전 월드컵 예선에서 2승 이상을 한 적 없는 페로제도는 이번 예선에선 벌써 4승(3패)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10일 몬테네그로전 4대0 승리를 묶어 대표팀 사상 최초로 2연승을 질주한 L조 3위 페로제도(승점 12)는 조 2위 체코(승점 13)를 승점 1점차로 추격했다. 선두 크로아티아(승점 16)와는 4점차다. 54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 유럽예선에선 12개조 1위 12개팀이 본선으로 자동 진출하고, 조 2위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페로가 11월 크로아티아 원정에서 승리하고, 체코가 지브롤터와의 경기에서 패하는 '기적'이 일어나면 역대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영국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인구가 5만5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페로제도는 월드컵 역사상 인구가 가장 적은 진출국이 된다. 북유럽의 외딴섬인 페로제도의 인구는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의 관중 수용규모(6만2850명)보다 적고, 면적은 제주도보다 작다.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가장 작은 나라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페로제도의 이웃나라인 아이슬란드(인구 33만명)였다.
한편, '불혹의 슈퍼스타' 루카 모드리치(AC밀란)를 앞세운 크로아티아는 같은 날 지브롤터와의 홈 경기에서 3대0 완승을 따내며 조 선두 자리를 굳건히했다. 2위 체코, 3위 페로제도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크로아티아는 11월 두 경기에서 1무만 챙겨도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