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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억 썼는데 '플러스마이너스 0' 한화의 눈물 → 승자는 삼성?…304억 오간 FA 영입 잔혹사, 그래도 '돈쓴' 팀은 가을야구 한다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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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더하고 빼니 '0'인 팀도 있고, 가을야구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는 투자도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외부 영입에 화끈하게 투자한 팀은 소기의 성과를 냈거나, 가을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겨울 총 20명의 FA(자유계약선수)가 시장에 나왔다. 그중 19명의 선수가 계약을 맺었다.

13명은 원 소속팀과 도장을 찍은 반면, 6명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6명의 외부 FA 영입에 총 304억원이 들었다.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팀은 한화 이글스다. 심우준(4년 50억)과 엄상백(4년 78억)에 총 128억원을 썼다. 그외 최원태(4년 70억)를 영입한 삼성 라이온즈, 장현식(4년 52억)과 김강률(3+1년 14억원)의 LG 트윈스, 허경민(4년 40억)의 KT 위즈가 지갑을 열었다.

너나할 것 없이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이적 첫해였다. 6명 중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이하 스포츠투아이 기준) 톱 30에 든 선수가 한명도 없다.

올해 기준 가장 '돈값'을 한 선수는 허경민이다. 16년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 생활을 청산하고 KT로 이적한 허경민은 올해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타율 2할8푼3리 4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7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WAR은 1.78.

시즌 도중 부상을 겪으며 114경기, 수비이닝 936⅓이닝에 그친 점은 조금 아쉽지만, 후반기 들어 안현민과 함께 부진했던 KT 타선의 희망이었다. 여전히 견고한 수비도 돋보였다.

아이러니한 점은 6명의 이적 FA 중 허경민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 나머지 3팀은 모두 가을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도 KT 역시 마지막까지 가을야구를 경쟁했다. 팀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 팀들다운 결과를 낸 셈. 그외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등 하위 4개팀과의 차이점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속이 쓰린 것도 분명하다.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한화가 얻은 WAR은 정확히 '0'이다.

심우준의 경우 타율 2할3푼1리, OPS 0.587로 커리어로우에 가깝다. 그래도 견고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0.39의 '플러스'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엄상백의 WAR은 -0.39, 6명 중 유일한 마이너스다. 1년 1억 1000만원에 잔류한 뒤 WAR 1.51을 기록한 하주석이 빛나보일 지경이다. 올겨울 한화가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롯데의 '170억 트리오(유강남 노진혁 한현희)' 마냥 두고두고 팬들의 원망을 받을 수도 있다.

폰세-와이스-류현진의 1~3선발에 엄상백 문동주가 더해진 한화 선발진은 시즌 전만 해도 '최강'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막강한 선발진의 힘은 한화를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았다.

다만 폰세-와이스-문동주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류현진이 기본은 해준 반면 엄상백은 생애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28경기(선발 16)에 등판해 80⅔이닝, 2승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에 그쳤다.

한화보다는 낫지만, LG도 만만찮게 속을 썩였다. 영입 당시만 해도 '마무리 후보'로 여겨졌던 장현식은 56경기 49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3패 10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4.35에 그쳤다.

클래식 기록에는 담기지 않는 상상 이상의 부진이었다. 꾸준함도, 안정감도 보여주지 못했다. 0.21이라는 초라한 WAR이 장현식의 현 주소를 말해준다. '헌신좌' 김진성의 투혼과 신예 김영우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LG의 2025시즌은 정규시즌 1위는 커녕 장현식을 향한 성토로 얼룩졌을 것이다. 노장 FA 김강률 역시 5월 중순까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어깨 부상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며 12경기, WAR 0.41에 그쳤다.

반면 준플레이오프가 진행중인 현재까지 가장 큰 반전을 보여준 팀은 삼성이다.

'70억 FA' 최원태는 올시즌 27경기(선발 24) 124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7패,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다. WAR은 1.16이다.

6명 중 건강하게 한 시즌을 책임지며 1인분 역할은 했다는 평. 하지만 최원태 개인에겐 커리어로우, 삼성에게도 실망감이 컸다. 특히 전반기 대비 후반기 극심한 부진을 보인 점이 아쉽다.

하지만 평생 부진했던 가을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9일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올해 최고의 반전미를 선보였다. 통산 17경기(선발 6) 평균자책점 11.16으로 '큰 경기에 약하다'던 꼬리표도 떨쳐냈다.

향후 가을야구 진행 양상에 따라 최원태가 추가 등판을 할 여지도 있고, 한화와 LG 선수들에겐 정규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다. 한국시리즈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성공한 투자가 될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