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배구가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였나"…김연경, 스포츠예능 판도까지 뒤흔들었다(신인감독 김연경)[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by

[고재완의 전지적 기자 시점] '배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였나.'

MBC '신인감독 김연경'(연출 권락희, 최윤영, 이재우)이 스포츠 예능의 판도를 뒤바꿀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시청률 그래프만 봐도 그렇다. 지난 달 28일 첫 방송 평균 시청률 2.2%(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 별 기대 없이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2회에 4%로 훌쩍 올라서더니 3회는 4.7%를 기록했다.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각종 '숏폼' 등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별 기대 없는 신작'에서 '기대작'을 넘어, '대세 예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김연경이라는 '월드클래스' 걸출한 스타가 출연해서만은 아니다. 그런 이들이 출연해도 실패하는 예능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또 김연경이라서 달랐다. '신인감독 김연경'의 초보 감독 김연경은 배구에 '진심'이다. 그리고 프로그램도 그 '진심'에 초점을 맞추며 순항하고 있다. 김연경의 전매특허 '카리스마'도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분위기가 문제가 아니고 배구를 해야돼"라는 명언도, '아웃사이드 히터' 몽골 출신 인쿠시에게 "그렇게 할거면 나가라고"라고 퍼붓는 장면 역시 불편하기 보다는 감독으로서 승리에 대한 열정이 느끼게 한다.

그렇게 2회 전주 근영여고전에서 시청자들은 선수들과 함께 김연경 표 작전의 짜릿한 맛을 봤다. 세세한 플레이와 작전들이 얼마나 점수에 영향을 주는지를 느끼게 해줬다.

지난 12일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 전에선, 패배했지만 그 재미는 배가 됐다. 알토스라는 팀은 누가봐도 김연경이 이끄는 '필승 원더독스'가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 초반 작전이 들어맞다가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김연경의 모습이 신인감독의 고뇌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타임아웃을 모두 써버린 후 VAR(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작전 시간을 확보하는 기지, 그리고 정작 VAR이 필요할 때 못 쓰는 '초보의 미스'까지, 모두 리얼하게 담겼다.

편집은 군더더기가 없다. '강 스파이크' 한방을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정면에서, 후면에서, 이렇게 5분씩이나 다시 봐야하는 일반 스포츠예능이 아니다. 이겨도 져도 한 편에 한 경기꼴. 다른 스포츠 예능 같으면 알토스전에서 세트 스코어 1대1이 됐다면 원더독스가 3세트 혹은 4세트에서 위태로워졌을때 끊었을 법하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다음 편을 보고 싶어할테니. 하지만 '신인감독 김연경'은 가차 없다. 4세트에서 무참히 깨지는 모습을 그대로 전파에 태우며 3차전 오카야마 슈지츠고와의 대전을 준비했다.

배구를 모르는 이들을 위한 간단한 그래픽 설명은 덤이다. 감독이 경기 내내 선수들과 세부적인 작전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그동안 많이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볼만한 점은 선수들의 면면이다. 갓 은퇴한 프로의 톱플레이어들을 모아놓고, 프로 못지 않은 응원단의 응원을 받으며 고교팀을 이겼다고 기뻐하는 수준이 아니다. 단순히 김연경의 팀이 아닌 '인생 2막을 건 선수들의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다.

"문명화 느려"의 주인공 '미들 블로커' 문명화는 경기 전에는 웃음을, 경기에선 감동을 줬다. "명화 운다, 카메라 들어가라해"라는 김연경의 멘트는 선수들과 격의 없는 신인감독의 유머러스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간 후 문명화는 서브에이스와 블로킹으로 팀의 구세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입스'(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로 은퇴했던 세터 이나연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 방출됐던 팀과 바로 맞붙어야하는 미모의 세터 이진의 '독기', 프로경력이 전혀 없는 '아포짓 스파이커' 윤영인과 몽골 국적으로 한국말이 서툰 인쿠시의 성장기, 유명 선수였지만 은퇴한 표승주와 김나희 등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남다르게 경기에 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신인감독 김연경과 배구에 진심인 선수들의 성장기, 이것이 시청자들의 스포츠예능에서 보고 싶어하는 감동의 참모습 아닐까.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