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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를 물 흐르듯 유려하게 그려낸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특히 이준호는 97년 청춘의 상징에서 책임과 성장의 상징으로 변모하는 강태풍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믿보배'의 저력을 입증했다. '압스트리트 보이즈'로 무대를 장악하며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청춘의 면모로 웃음을 선사하는 한편, 돌아가신 아버지의 '통장 편지'를 발견하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에선 부자 간의 사랑과 미안함을 절절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김민하 역시 'K-장녀' 오미선으로 분해,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현실적 연기로 '90년대 직장인'의 표본을 완성했다. 온 얼굴을 다 쓰는 특유의 감정 표현과 섬세한 눈빛 연기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단을 더하며, 이준호와 함께 극의 중심축을 단단히 세웠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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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가 전한 97년의 정서와 '태풍정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난 온기에서 비롯됐다. 작지만 진심 어린 그 마음이 세대를 넘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하철에서 다 읽은 신문을 건네주는 아저씨, 피곤한 몸으로도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태풍, 사장님의 죽음 후 그가 좋아했던 홍시를 정성껏 고르는 차선택(김재화), 온몸을 던져 부의함을 지켜낸 태풍상사 직원들과 친구 왕남모(김민석), 그리고 매달 아들에게 온마음을 전하기 위해 네 자씩 '통장 편지'를 쓴 진영까지. 그 작은 장면들이 모여 '힘들었지만 사람으로 버텼던 시절'의 온정을 완성했다. 이처럼 자칫 힘들었던 그 시절의 슬픔과 고통으로 인해 눈물만 쏙 빼는 서사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태풍상사'는 "슬픔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닌 살아남는 게 먼저"였던 보통 사람들에게 주목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시절만의 촉촉한 감성을 불러 일으키며 "그때 그 공기와 온기를 다시 느꼈다"는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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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