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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황제' 페더러가 18년만에 한국에 떴다!" 월클 클리닉에 꿈나무들 '매료', "힘들 때 자기자신을 5분만 더 밀어붙여봐" 조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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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유일한 규칙은 실수를 하지 않는거야."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진행한 유니클로 글로벌 이벤트 시리즈 '로저 페더러와 함께하는 세계여행'에서 대한민국 테니스 꿈나무에게 강조한 건 '엔조이'(Enjoy)였다. 11~16세로 구성된 20명의 유망주가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미래 세대가 창의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글로벌 캠페인의 취지에 맞게 '전설'과의 클리닉을 그저 즐기기를 바랐다. 2007년 11월 서울 잠실에서 미국의 테니스 영웅 피트 샘프라스와 맞대결을 펼친 후 약 18년만에 방한한 페더러 본인도 1시간 남짓 진행된 클리닉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페더러는 유망주를 모아 두고 "여러분이 지금 긴장하는 건 당연하다. 긴장한다는 건 내가 이걸 좋아하는 걸 의미한다. 나 역시 긴장된다"며 "서울에서 테니스를 쳐본지 17~18년 정도 된 것 같다. 여러분과 함께 재미있게 칠 수 있도록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페더러는 "라켓을 깎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무게중심을 낮춰 펀치를 한다고 생각하라"라며 직접 슬라이스 시범을 선보였다. 실내에 마련된 코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유망주들에겐 "공이 빠르게 오기 때문에 한발 먼저 나아가서 네트 위로 올려치라"라고 조언했다. 페더러는 유망주들과 복식 조를 이뤄 짧게 시합에 임하기도 했다. 클리닉 현장을 찾은 한국 테니스 레전드 이형석과도 공을 주고받았다. 페더러의 샷 하나하나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페더러는 2004년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뒤, 237주 연속 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유했다. 그랜드 슬램 우승 20회, 윔블던 최다 우승 8회 및 ATP파이널 6회, 올림픽 메달 2개 등을 획득했다. 그런 '전설'의 조언은 유망주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페더러는 "코트를 사랑하고, 테니스를 사랑하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다. 오늘 유망주들의 눈을 보니 벌써 그러고 있는 것 같아서 나 역시 즐거웠다. 앞으로 테니스를 치다보면 마음이 찢어지는 순간이 있을텐데, 그게 인생이고, 그게 테니스다. 실수가 나와도 실수를 인정하고 배워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시합 때 긴장을 다스리는 법'을 묻는 질문에 "중요한 건 관점이다. 수학시험을 볼 때에도 답을 모르면 긴장되지만, 5분만 지나면 몰입이 되지 않나. 그리고 상대선수도 똑같이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평소 꾸준한 슬라이스, 발리 연습과 적절한 휴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다음은 로저 페더러 방한 행사 인터뷰 전문

-2007년 이후 첫 방한한 소감은

▶한국에 정말 오랜만에 다시 오게 되어 무척 기쁘다. 거의 20년만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은 혁신, 기술, K-POP 등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와서 더 의미 있는 방문이 되었다. 저희 가족 모두가 한국 방문을 매우 기대했고, 저 역시 유니클로와 함께 이렇게 특별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니클로와의 협업이 주는 의미(*페더러는 유니클로 글로벌 앰버서더다)

▶유니클로와의 파트너십은 제게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유니클로와) 함께한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그동안 유니클로는 언제나 훌륭한 파트너였다. 유니클로가 만드는 옷의 품질은 놀랍고, 특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유니클로를 즐겨 입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에도 유니클로는 여전히 세상과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저를 신뢰해줬다. 그래서 오늘 행사와 같이 예술,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멋진 프로젝트를 함께 펼치고 있다. 유니클로와, 야나이 회장, 유니클로 전 직원들을 대표할 수 있게 되어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행사가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20명의 유망주와 클리닉을 진행한 소감은

▶오늘 정말 즐거웠다. 이런 이벤트를 여러번 하면서 탤런트(재능)를 지닌 주니어를 보면 즐겁다. 다들 플레이스타일이 다르고 멘털이 다르고, 기술적으로 다르지만, 테니스를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유망주들의 눈에서 테니스를 얼마나 좋아하고 즐기는지 볼 수 있었다. 조언을 하자면 코트를 사랑하고 테니스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미 그러고 있는 것 같아서 나 역시 즐거웠다. 포핸드 실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테니스를 치다보면 마음이 찢어지는 순간이 있을텐데 그게 인생이다. 테니스란 그런 것이다. 부모님, 코치님 말씀 잘 들으면서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시합 때 긴장이 되면 어떻게 푸나

▶중요한 건 관점이다. 넓은 세상에서 바라본다면 테니스는 그저 즐기는 것이고 취미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 긴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수학시험을 볼 때에도 답을 모를 때 긴장되더라도 5분만 지나면 (시험에)몰입이 되지 않나. 상대 선수도 긴장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혼자만 긴장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역시절 슬라이스와 발리에 강점이 있었다. 슬라이스와 발리를 잘할 수 있는 노하우는

▶요즘 보면 슬라이스와 발리를 충분히 연습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코치의 역할도 있을거다. 많이 연습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테니스장에 문이 있거나 벽이 있으면 스스로 30분 정도 슬라이스, 발리 연습을 하면 팔목과 팔꿈치가 강화된다. 그렇게 되면 좋은 역량을 낼 수 있다. 코치님들께 '슬라이스 연습을 더 하고 싶다'라고 말하면 좋아할 거다.

- 경기 중 힘들고 지칠 때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

▶긴 시간 경기를 하고, 연습하고, 잠을 못 자면 피곤할 때가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럴 때는 선수로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지금은 쉬어야겠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스스로에게 도전할 수도 있다. 매 연습과 경기에서 단 5분, 10분이라도 더 밀어붙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너무 멀리 내다보기보다 '지금 이 한 포인트'에 집중하자. 세트나 경기 전체를 걱정하기보다, 눈앞의 한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쉬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맑은 정신으로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 주말에 쉴 수 있고, 오후에 쉴 수 있다. 코치, 부모와 얘기하면서 (휴식 타이밍을)잡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윔블던 대회에 나선다고 치면, 90분, 2~3시간 플레이를 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20분이 지나 갑자기 에너지가 생길 수 있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경기 중엔 늘 파도처럼 오르내림이 있다. 몸이 안 좋고 기분이 나쁜 것 같아도 그런 상태가 쭉 지속되지 않는다. (컨디션은)파도처럼 왔다갔다 한다.

-실수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게 게임이다. 항상 이길 수 없고, 굿샷만 날릴 수 없다. 테니스는 어려운 스포츠다. (좀전 타깃 통과하기 이벤트에서)타깃을 못 맞춰도 슬픈 게 아니라 (타깃에)가까워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러가 발생하면 인정하고 실수에서 배워나가면 된다.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만 않으면 된다. 타깃이 낮으면 더 올려볼까?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