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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재현된 레전드 벤치대결' 울었던 선배 이상민이 웃었다…KCC, SK 3연패 빠뜨리고 연승 공동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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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농구대잔치' 스타 출신 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다시 만났다.

1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서울 SK와 부산 KCC의 대결은 두 '레전드' 만남의 장이었다.

연세대 91학번 이상민 KCC 감독(53)과 고려대 92학번 전희철 SK 감독(52)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를 풍미했던 스타다. 당시 농구 '고연전(2025년도 호칭 기준)'이 유행할 때 둘은 각각 연세대, 고려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대학 코트에서 피터지게 경쟁하는 라이벌이었지만 한편으론 절친 선후배이기도 했다. 2002~2003시즌 전주 KCC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둘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기적의 금메달'을 함께 일구는 등 한국 농구 르네상스를 이끌기도 했다.

선수 시절 절친이자 라이벌이던 둘의 관계는 프로 무대에서 감독의 벤치대결로 계속됐다. 이날 경기가 3시즌 만의 재회다. 지난 2021~2022시즌 전 감독이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해 첫 시즌을 치를 때 이 감독은 2014년부터 서울 삼성 감독을 맡던 중이었다.

당시 감독으로서 첫 만남,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당시 전 감독은 SK 구단 사상 최초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일약 명장 반열에 올랐다. 반면 이 감독은 정규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가운데 2022년 1월 소속 선수의 '음주운전 사건'까지 터지면서 중도 하차했다. 당시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5승1패로 앞섰던 SK의 전 감독은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동안에도 2승1패 우위였다.

그렇게 사라지는 줄 알았던 둘의 지략대결은 이 감독이 이번 시즌부터 KCC의 사령탑으로 복귀하면서 부활한 것이다.

분위기는 3년 전과 사실상 정반대였다. SK는 3연패 위기 앞에서 KCC를 상대해야 했다. 전 감독 부임 이후 신흥 강호로 떠오른 SK에게 '3연패'는 생경한 단어다. 정규리그 4위를 했던 2023~2024시즌 '팀 최다 5연패'를 제외하고 그동안 가장 긴 '한 시즌 연패'가 3연패였다. 통합우승을 했던 2021~2022시즌에는 2연패가 최다였을 정도로, 시즌 초반에 벌써 3연패를 겪는다는 건 SK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KCC는 예상 밖으로 시즌 초반 선전하는 중이었다. 허 훈 최준용 이현호 등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상위권을 지켜내는 중이다. 이날 승리한다면 3승1패, 공동 1위 도약도 노릴 참이었다. 그렇게 다시 성사된 이날 대결에서 3년 전 고개를 숙였던 선배 이 감독이 웃었다. KCC는 이날 75대67로 승리하며 2연승을 했고, SK는 2연승 뒤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전 감독은 경기 시작 전 '3연패'를 경계하며 "앞서 2연패할 때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가 쫓아가는 저력을 보인 게 고무적이지만 또 큰 열세를 먼저 허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공격에서는 턴오버를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초반부터 빗나갔다. 허 웅의 외곽포, 숀롱의 내외곽에 밀려 1쿼터를 19-24로 먼저 내준 SK는 2쿼터 중반 24-39, 15점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추격전으로 35-41로 전반을 마치는데 성공했지만 고단한 경기 운영이었다. 특히 2쿼터에만 결정직인 턴오버가 3개 나왔다. 김형빈이 장재석의 수비에 막혀 공격시간 바이얼레이션에 걸렸고, 자밀 워니와 김형빈의 두 차례 패스워크도 어이없이 날리기도 했다.

53-60으로 맞은 4쿼터, SK는 늦게 발동 걸린 워니를 앞세워 한때 3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KCC는 당황하지 않고 숀롱으로 맞불을 놓으며 다시 벌렸고, 끝까지 강력한 수비 집중력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잠실학생체=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