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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됐다" 플라이 하이어 원태인 손으로..앤더슨 꺾고 100% 확보, 리그 최고 빅게임 피처 등극[준P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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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5-1로 앞선 7회초.

1사 후 SSG 랜더스 8번 안상현이 잇달아 파울을 내면서 끈질긴 승부로 삼성 선발 원태인을 괴롭혔다. 11구째 승부구는 바깥쪽 131㎞ 슬라이더. 안상현이 얼어붙었다. 5번째 탈삼진. 전광판의 투구수는 105구였다. 유종의 미를 거둔 피날레 피칭임을 감지한 듯 원태인은 돌아서서 하늘을 바라봤다. 경기 전 애국가가 울릴 때 하늘의 계신 어머니에게 올린 루틴같은 기도의 감사의 표시였을까. 경기 후 설명은 반전이었다. "아~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수코치가 나왔고, 이승현으로 교체됐다.

평소 격한 세리머니 대신 흐린 날씨처럼 차분하게 마운드를 내려오는 슈퍼 에이스를 향해 3루측 홈 팬들이 절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원태인'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에이스는 모자를 벗고 파워의 원천 홈팬들을 향해 허리를 접었다. 가을의 전설, 왕조의 귀환을 상징하는 듯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원태인의 왼쪽 팔뚝에는 삼성생명 광고 위에 선명하게 'Fly Higher(더 높은 곳을 향해)'라는 포스트시즌 캐치프레이즈가 펄럭이고 있었다.

"팬분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는다는 건 최고의 영광이죠. 어제 자기 전에 상상했던 대로 모든 게 이뤄졌어요. 주기 싫었던 1실점한 것만 빼고요(웃음). 어제 생각한 대로 풀려 기분 좋고 뜻깊은 마음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습니다."

가을장마 속 치러지고 있는 가을야구.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삼성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 최고 빅게임 피처로 우뚝 섰다. 가장 중요한 기로에서 또 한번 팀을 구하며 진정한 '가을영웅'으로 등극했다.

원태인은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동안 105구 역투 속에 5안타 4사구 2개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7회까지 5-1 리드를 이끌었다. 결국 팀은 5대3승으로 승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이은 또 한번의 천금 같은 승리 견인.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 속에 오를 수 밖에 없었던 부담 가득 3차전이었다. 원태인은 당초 4차전 선발 예정자였다. 비로 외인 에이스 후라도가 2차전에 불펜 투입되면서 3차전 선발로 격상됐다.

1차전 예정자였던 상대 에이스 앤더슨이 장염으로 1,2차전을 거른 끝에 선발 맞대결 상대가 됐다. 한화 폰세와 함께 리그 최고 투수를 다툰 특급 외인.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1승1패 속 3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차전 끝내기 홈런 패배로 분위기를 빼앗겼는데 중요한 경기를 승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SSG 타선에는 8할타자 에레디아, 한유섬, 최지훈 등 천적이 지뢰처럼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원태인은 두려움 보다 승부를 택했다.

영혼의 단짝 선배 포수 강민호의 리드에 따라 과감하게 빠른 공 비중을 높이며 변화구 효율을 극대화 했다. 톱타자 박성한에게 유인구 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멀티히트를 허용했지만, 8할의 천적 에레디아는 3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무력화 했다. 롱런의 결정적 비결이었다.

"약했다고 생각 안해요. 시즌 중 약한타구가 텍사스 안타가 많았거든요. 똑같은 타자를 상대한다고 던졌어요. 1회 직구로 삼진 잡은 게 컸던 것 같고, 실투에도 헛스윙이 나오길래 이 승부를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어요."

원태인의 눈부신 호투에 삼성 타선도 화답했다. 3회 김성윤의 선제 적시타와 상대실책, 구자욱의 적시 2루타로 3득점 한 삼성은 5회 김성윤 김영웅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달아났다. 원태인에 이어 이승현 배찬승 김재윤 등 무실점 마무리로 5대1로 승리했다.

원태인은 지난 6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경기 직전 우천 중단과 2회부터 타선 침묵 등 온갖 악재를 딛고 6이닝 무실점 호투로 3대0 승리를 이끌며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가장 중요한 3차전 37분 우천 중단 악재를 극복하고 엄청난 호투로 100%의 확률을 확보했다. 삼성이 써내려가고 있는 가을의 기적이 원태인의 손끝에서 영글어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