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기적이다.
인구 52만의 소국인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카보베르데는 14일(이하 한국시각) 프라이아의 카보베르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에스와티니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10차전)에서 3대0으로 완승했다.
승점 23점(7승2무1패)을 기록한 카보베르데는 강호 카메룬(승점 19·5승4무1패)을 제치고 D조 1위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예선은 9개조 1위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 중 성적이 좋은 4개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여 한 팀이 다시 대륙 간 플레이오프로 향한다.
카보베르데는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가나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6번째로 북중미행을 확정지었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있는 카보베르데는 15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15세기 포르투갈에 의해 발견된 이래 500여년간 식민지로 있다가 1975년 독립했다. 국토 면적은 4033㎢로 한국의 25분의 1 정도이며,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구는 52만5000명에 약간 못 미친다.
카보베르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에 참가했다. 24년 만에 꿈을 이뤘다. 신호는 있었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처음 참가한 2013년과 2023년에 8강에 진출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70위다.
카보베르데는 월드컵에 진출한 역대 두 번째 작은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 인구 40만명의 아이슬란드가 첫 테이프를 끊었고, 카보베르데가 뒤를 이었다.
북중미월드컵부터 본선 참가팀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덕분이다. 물론 쉬운 여정은 아니다. 14억 중국은 아시아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중국과 카보베르데는 인구는 약 2600배 차이가 난다. 중국의 FIFA 랭킹은 94위다.
카보베르데가 지구촌 스포츠계에서 처음 주목받은 것은 2024년 파리올림픽이었다. 복싱 선수 다비드 데 피나가 남자 플라이급에서 동메달을 따 국가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을 때 정도였다.
다만 축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대표팀에는 현재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뛰는 선수는 없지만 상당수가 유럽 중소 리그나 2부 리그, 중동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날 에스와티니와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공격수 리브라멘투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세리에A 29경기(1골)에 출전했고, 이번 시즌은 포르투갈 1부 카사 피아 AC에 임대 이적해 뛰고 있다.
적극적인 귀화 정책도 빛을 발했다. 아일랜드 출신 로베르토 로페스(샴록 로버스), 프랑스 출신 스티븐 모레이라(콜럼버스 크루) 등 카보베르데 출신 부모를 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했다.
영국의 'BBC'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립경기장에서 기쁨의 축하 장면이 펼쳐졌다. 선수들은 관중들과 함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고 전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