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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친구 재계약할 것 같아요?" 2년 연속 '안타왕'인데 재계약 미정…타팀도 주목하는 레이예스 '딜레마'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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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레이예스 잘 치지 않나? 롯데랑 재계약할 것 같아요?"

정규시즌 도중 3명의 타 팀 사령탑에게 같은 질문을 들었다. 레이예스라는 선수가 가진 '딜레마',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가치를 향한 시선이다.

레이예스는 내년에도 롯데 자이언츠에 남을 수 있을까. 벨라스케즈와는 작별이 확실하고, 감보아 역시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 롯데팬들의 시선은 온통 레이예스에게 쏠려있다.

지난 시즌 202안타를 때려내며 종전 기록(2014 서건창 201개)을 넘어 프로야구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타격 2위(3할5푼2리), 타점 6위(111개)를 기록하며 롯데 타선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예년 대비 투고타저가 심했던 올해도 레이예스의 활약은 변함 없었다. 타격 4위(3할2푼6리), 타점 3위(107개), 최다안타 1위(187개)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멀티히트 횟수(60개)도 1위다.

20홈런 타자가 한명도 없는 팀, 견제를 분산시킬 '우산' 없이 1년 내내 3~4번을 오가며 집중견제를 받는 와중에도 이 같은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이 가치를 높인다.

문제는 레이예스를 향한 아쉬움이 곧 팀 타선의 약점이라는 점. 롯데는 팀타율은 높지만 승부를 단숨에 뒤집는 홈런 한방이 부족한 팀이다. 같은 맥락에서 타율 대비 장타율과 출루율도 아쉽다.

롯데의 올시즌 팀 홈런은 75개.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다. 1위 삼성(161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9위 두산(102개)과 차이도 크다.

결국 롯데 타선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레이예스로 수렴된다. 팀의 장타력을 책임져 줄 거포 외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레이예스를 향한 야구계의 전반적인 시선은 여전히 호평 일색이다. 윤석민 이대호 김태균 등 야구 레전드들 역시 한 목소리로 레이예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0.861에 그친 OPS(출루율+장타율)가 아쉽다곤 하나, 이는 올해 리그 9위 기록이다. 레이예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리그의 OPS가 낮은 시즌이었다. 레이예스보다 높은 OPS를 보여준 외국인 타자는 50홈런-158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낸 삼성 디아즈(1위), 그리고 LG의 기둥 오스틴(3위) 딱 2명 뿐이다. 나머지 순위권도 KT 안현민, 두산 양의지, KIA 최형우, 삼성 구자욱 김성윤, 키움 송성문 등 각팀의 간판 타자들이었다.

반대로 OPS만 놓고 보면 35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3위를 차지한 KIA 위즈덤, 32홈런의 한화 노시환(이상 0.851), 20홈런-108타점(타점 2위)으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낸 LG 문보경(0.831)이 레이예스 아래에 있었다. 다시 말해 레이예스는 '홈런'만 못칠 뿐 모든 타격지표가 훌륭한 선수다.

단순히 안타만 많이 치는게 아니라, 전반적인 타격 생산력에서도 올시즌 전체 타자들 중 정상급이다.

빠진 이름이 하나 더 있다. 홈런 2위(36개) NC 데이비슨이다. 데이비슨은 한방은 확실하지만, 올해 거듭된 부상을 겪는 통에 112경기 출전에 그치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여기서 레이예스의 또 다른 강점이 보인다.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뛰는 것 또한 분명 선수의 능력이고, 소중한 가치다.

레이예스는 한국에서 뛴 2시즌 모두 전 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타석수 부문 지난해 3위(632개), 올해 2위(643개)다. 1년에 600타석을 넘게 소화하는 와중에도 큰 슬럼프 없이, 월간 타율 최고 4할2푼4리-최저 2할9푼5리라는 꾸준함까지 갖췄다. 이 정도면 병살타 1위(25개)의 아쉬움도 잊을 만하다.

그중 지명타자(124타석)의 비중은 20% 미만. 다시 말해 전 경기에 출전하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코너 외야 한자리를 책임졌다. 그 자체로도 팀 공헌도가 적지 않다. 디아즈와 오스틴의 포지션은 1루수인 반면, 롯데는 지명타자 전준우, 1루수 나승엽이 있는 팀이다.

수비 역시 고질적인 허벅지 문제로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자신의 커버 범위 내에선 좋은 집중력을 보여준다. 송구도 나쁘지 않다. 투지도 좋다. 언제나 전력질주, 유니폼 앞섶이 온통 흙투성이가 된 모습이 익숙하다. 태극마크 머리띠를 하고 다닐 만큼 팀에 대한 애정도, 열정도 넘친다.

레이예스를 탐내는 타팀 사령탑들도 있다. 물론 롯데보다는 나은 '토종 거포'를 지닌 팀들이지만, 자신의 외인 타자 대신 레이예스가 보강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로 인해 더 빈틈 없이 탄탄한 타선을 꾸릴 수 있다는 속내.

김태형 감독은 시즌 내내 거듭된 레이예스에 대한 질문에 "저만큼 꾸준하게 잘 치는 타자 만나기 힘들다. 가능하다면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시즌은 끝났다. 이제 롯데의 최종 선택만 남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