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선수는 그라운드를 떠나며 '기록'을 남긴다. 선수에게는 경기장에서 남긴 모든 기록들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인정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도 크다.
K리그에서는 최근 도움 기록에 대한 의문 부호가 떠올랐다. K리그1 정상급 선수인 이동경(28·김천)이 쏘아 올린 신호탄이다. 이동경은 지난 5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산 HD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세 골 모두 이동경이 관여됐다. 전반 28분 이동경의 크로스가 이동준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두 번째 김승섭의 득점 또한 이동경의 패스 이후 나온 득점이다. 후반 36분 박태준의 패스를 받아 직접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경기 후 1골-2도움을 기록한 것이라 판단한 이동경에게 아쉬운 소식이 도착했다. 선제골 장면에서 이동경의 크로스가 도움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동경은 해당 내용이 전해지자 "예전에도 2~3개나 취소됐다"며 "기준을 잘 모르겠다. 기준을 정확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결국 선수에게는 기록이 남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도움 규정은 다소 엄격하다. '득점이 이루어지도록 직접(결정적인) 플레이에 관여한 선수에게 부여한다'는 명확한 전제를 갖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패스를 받은 이후, (상대를)제친 횟수가 2회 이상이지 않을 때', '패스받은 후 한 선수를 상대로 제치는 동장이 2회 이상이지 않을 때', '패스받은 후 세 번의 터치 안에 득점했을 때' 등이 도움으로 인정된다. 반면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 리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도움 관련 규정이 느슨해지는 추세다. FIFA는 현재 제친 횟수, 터치 등의 조건 없이 득점 선수 이전 마지막 터치 선수를 도움으로 규정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터치 수에 상관없이 최종 패스를 한 선수에게 도움이 주어진다. 다만 K리그의 현재 규정이 지나치게 애매하거나, 불분명한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축구계 관계자는 "선수들은 민감하고, 아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규정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 각 개인의 특징에 맞춰진 규정이 아니라, 리그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규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아쉬움은 확실히 존재한다. 이동경과 김천은 울산전 외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재판단을 요청한 바 있다. 판단 근거와 비슷한 득점 사례 동영상까지 제시하며 노력을 쏟았다. 연맹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선수들이 억울하게 기록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재판단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울산전 당시 취소됐던 이동경과 박태준의 도움 또한 재판단 과정으로 다시 인정됐다. 연맹 관계자는 "현장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변경 여지가 있는 부분에서는 기록을 최대한 정정해 인정하려고 한다"고 했다. 국제 기준과 다소 다른 리그 내 도움 기록 관련 규정을 파악해 변화를 준비 중이다. 2026시즌을 목표로 규정을 손 볼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글로벌한 기준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제 기준에 발맞춰 개정할 예정이다. 수정하는 단계이다. 좀 더 폭넓게 이해될 수 있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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