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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게 아니라 밀렸다" 추위와의 전쟁 극복한 가을의 전설. 한화전 강추위 극복 관건[준PO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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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부쩍 쌀쌀해진 날씨.

밤 경기는 히터를 켜야 할 정도다. 추위 속에 삼성 라이온즈 4번 르윈 디아즈는 고민이 컸다. KBO 역사상 최초의 50홈런-150타점의 신기원을 연 주인공.

하지만 가을야구 찬바람과 함께 타격페이스가 살짝 떨어졌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7타수 무안타.

낮경기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루타 포함, 3안타를 날리며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2차전 단타 하나, 3차전 무안타로 다시 침묵했다. 3차전까지 12타수4안타 3타점. 아주 나쁜 기록은 아니지만 1차전에 몰려 있었고, 디아즈의 상징 홈런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유가 있었다. 디아즈는 '추위'와의 전쟁중이었다.

따뜻한 도미니카공화국 선수 출신 디아즈는 추위가 다소 낯설다. 메이저리그 생활도 따뜻한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했고, 멕시코리그 등 주로 온화한 곳에서 야구를 해온 탓이다.

14일 4차전 전 인터뷰에 응한 디아즈는 3차전에서 좌중간 타구에 포커스를 두고 타격을 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그건 딱히 아닌 것 같다. 어제 야구하면서 좀 너무 추워서 제 반응보다 좀 늦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몸 상태를 어떻게 좀 계속 열을 내고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런 부분 때문에 방향성이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의외의 답변. 밀어친 게 아니고 타이밍이 늦어 밀렸다는 뜻이다. 포스트시즌 주춤에 대해 디아즈는 "일단 제가 못쳐도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니 수비로라도 이기는 데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또 하나 포스트 시즌 들어오면서 날씨가 많이 변했다. 날씨도 안 좋고 저한테는 좀 춥게 느껴질 정도로 온도 많이 떨어졌는데 날씨 변화에 적응하고 타이밍을 일관성 있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디아즈는 일찍 출근해 실내 연습장 부터 매일 찾았다.

그는 "타격은 타이밍이 전부다. 와일드카드 때 타이밍이 안맞았아 늦었다. 늘 출근하면 실내연습장에서 타이밍에 신경을 썼다. 제가 깨어났구나,와카 때랑 다르구나 느낀다면 준비 덕분이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꾸준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디아즈는 2회 첫 타석에서 김광현의 148㎞ 높은 속구에 타이밍이 살짝 늦어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1-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 맞은 추가점 기회. 디아즈는 의식적으로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려 노력했지만 145㎞ 바깥쪽 높은 직구에 살짝 먹히면서 2루땅볼로 아쉽게 물러났다.

1-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1,2루에 세번째 타석을 맞은 디아즈는 두번째 투수 노경은의 3구째 141㎞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 좌익수 앞 적시타로 천금 같은 추가타점을 올렸다. 역시 타구는 왼쪽을 향했다. 2-2 동점을 허용한 8회말. 엘도라도가 울려퍼졌지만 2사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사 후 구자욱이 이로운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디아즈는 2B1S의 타자 카운트에서 126㎞ 체인지업이 존 안에 살짝 높게 형성됐다. '타이밍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늦지 않으려 집중하던 디아즈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딱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타구는 오른쪽 담장 먼 곳으로 까마득하게 비행해 관중 사이로 사라졌다.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확신했다"던 비거리 122m짜리 장쾌한 결승 투런포. 가을야구 첫 홈런이 가장 필요할 때 터졌다. 디아즈 다운 한방이었다.

친 타자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던 순간. 디아즈는 "온 몸에 에너지가 솟구쳐 올랐다. 커리어 통틀어 최고의 홈런이고, 최고의 포스트시즌"이라며 잊지못할 감동적 순간을 표현했다.

시리즈 MVP로 업셋시리즈를 이끈 디아즈는 이제 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만난다.

선발진이 탄탄한 강팀.

그는 "홈런에 대한 생각 안하고 싶다. 의식하면 제 스윙이 커질 것"이라고 경계하며 "한화 투수들이 다 좋다. 내가 우선 준비할 건 홈런이 아닌 인플레이 타구"라며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그러면서도 그는 "MVP 좋아한다. 플레이오프도 받고 싶고, 한국시리즈 우승컵도 들어올리고 싶다. 이 모든 것이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따라오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추위라는 복병을 끊임 없는 노력으로 떨쳐내고 있는 가을전설.

다음 주부터 아침 저녁 기온은 한자리 수로 더 떨어질 예정이다. 최고 외인타자의 몸과 마음을 뜨겁게 할 무언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