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해방군 힘 지나치게 부풀려져' 대만 시각으로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중국은 2019년 10월 열린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41'(DF-41)을 선보였다. 거대한 미사일은 무력의 아이콘이었다.
중국이 각종 열병식에서 선보이는 둥펑형 탄도미사일은 대만을 위협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중국은 대만에 관해 평화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주장하면서도 '무력에 의한 통일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한 싱크탱크는 인민해방군이 대만과 전쟁을 시작하면 30분 안에 보유한 탄도미사일을 모두 쏴서 방공망을 무력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정보는 '대만에 대한 전방위 미사일 공격'이라는 시나리오로 전해진다. 몇 시간 내에 주요 시설을 수천발의 미사일로 파괴해 군을 전멸시키고 무력 통일한다는 식의 얘기에 대만 사람들은 위축된다. 대만 싱크탱크나 전문가들조차 중국이 수년 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대국의 군사적 팽창은 대만 사람들에게 더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정보전 및 가짜뉴스 전문가인 선보양(沈伯洋) 대만 국립 타이베이대 범죄학 연구소 부교수와 군사제도의 변천 등에 밝은 왕리(王立) 작가는 신간 '중국이 쳐들어오면 어쩌지?'(글항아리)에서 이런 우려가 현실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일축한다.
이들은 대만 필패론이 중국이 의도적인 인지전(認知戰)을 펼친 결과라는 관점에 선다. 대만군의 역량을 폄하하고 인민해방군의 전력을 과장해 생긴 공포감이라는 것이다.
책은 중국이 대만을 탄도미사일로 제압한다는 '탄도미사일 무적론'을 비롯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충돌할 경우에 관해 나오는 패배주의적 견해를 하나씩 반박한다.
책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2천∼3천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근거리 타격 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빼면 대만에 위협이 될 미사일은 1천50∼1천300발 수준이다.
지대지 미사일은 철도와 도로망이 뒷받침돼야 원활하게 발사할 수 있는데, 대만을 마주하는 중국 동남연해부 대부분은 구릉과 계곡 지대여서 기동 시 발각되기 쉽다.
책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1회에 최대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수가 500발이라면 1차 발사 후에는 한 번에 쏠 수 있는 수량이 350발로 줄어들고 최대 규모 발사는 많아야 세 차례만 가능하다고 본다. 미사일의 적중도 지표인 원형 공산 오차(CEP) 등 제약 요소를 두루 고려하면 중국이 최초의 공격으로 대만 군사시설을 파괴해 마비시키기는 어려우며, 탄도 미사일 3천발로도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위협론 중 하나는 '대만 봉쇄' 구상이다. 중국이 섬나라인 대만을 봉쇄하면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이 역시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들어진 루머라고 지적한다.
해상 봉쇄를 유지하려면 망망대해를 오가는 수많은 선박이 대만으로 가는지 혹은 다른 곳으로 가는지 관리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책은 꼬집는다.
책은 수송기를 타고 온 인민해방군 정예부대원들이 도시에 잠입해 대만 중요 인물들을 살해한다는 '공수부대 요인 암살 작전' 루머도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시나리오로 꼽는다. 공수부대원을 Y-20 수송기로 대만에 보내는 과정에서 감시망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타이베이 도심에는 공수부대원이 동시에 낙하할 공간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수송기는 먼저 간 대원들이 낙하할 때까지 공중을 선회하며 대기해야 하고 몇 배에 달하는 수비군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꿋꿋하게 저항하는 가운데 인민해방군에 관한 허상도 조금씩 파헤쳐지고 있다면서 대만 사람들의 심리적 방어선을 약화하려는 중국 측의 술책에 놀아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 책이 (2022년 대만에서) 출간되고 반년도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가 피로서 사실을 증명했다. 아무리 많은 미사일을 발사해도 모든 군사 시설을 파괴할 수 없고, 명중률 또한 선전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까지 정밀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헬리콥터 공수 작전 역시 안토노프 공항을 통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종헌 옮김.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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