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사안" 인터뷰 요청 거절도…"캄보디아 내 외국인 늘고 불안해져"
시민단체 "감정적 접근 안 돼…제도적으로 문제 해결해야"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모국인 캄보디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범죄조직에 의해 납치·감금된 뒤 고문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해 논란인 가운데 현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거주 캄보디아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캄보디아인들은 기자의 익명 인터뷰 요청에도 "민감한 사안이라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취재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다.
취재에 응한 한 캄보디아인은 캄보디아 정부가 지금에서라도 외국인 관리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며, 이번 일로 관광이 주력인 국가 이미지가 실추될까 걱정을 나타냈다.
대구에서 거주 중인 30대 여성 캄보디아인 A씨는 15일 연합뉴스에 "한국인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캄보디아인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정식 취업 비자를 발급받지 않은 이들이 캄보디아에 입국해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불법으로 일을 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라고 설명했다.
A씨와 같은 캄보디아 국민들은 최근 몇 년에 걸쳐 캄보디아 내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체류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치안에 문제가 커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구인 사이트 등을 통해 고수익 일자리 유인 글을 올리는 등 범죄 조직의 핵심 구성원들은 주로 중국인이거나 한국인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다.
최근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원들과 관련해 우리 법원의 판결문을 통해 알려진 바도 이와 유사하다.
대구지법이 지난 5월 선고한 캄보디아 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한 판결문을 보면 해당 범죄를 위한 조직원 모집책은 중국인들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 30대 B씨 등 콜센터 상담원을 모집했다.
B씨는 캄보디아에서 국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 이체를 유도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인 A씨는 "원래 캄보디아는 안전한 국가다"라며 "지금은 정식 취업 비자를 받지 않은 외국인이 많이 입국해 있어서 이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공간에는 무서워서 접근하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정부가 체류 중인 외국인 수를 줄이고 신원을 다 확인해 관리해야 한다"며 "불법적인 경로로 입국하거나 현지에서 나쁜 일을 하고 있다면 찾아내서 추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관광 산업이 주력인 캄보디아 국가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까 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A씨는 "어떻게 보면 캄보디아인들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며 "캄보디아 국민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인데, 다른 나라에서 관광을 오기에 무서운 나라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캄보디아 국가와 국민에 대한 혐오로 번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우리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가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홍보를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지 캄보디아라는 한 나라와 국민을 향해서 폭력 행위나 감정이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며 "개개인의 잘못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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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