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신경쓰는 부분은 당연히 약점인 불펜이다.
염 감독이 직접 말했지만 시즌 막판에 필승조라고 말할 수 있는 투수는 마무리 유영찬과 셋업맨 김진성 김영우 등 3명 정도 뿐이었다. 염 감독이 필승조로 써왔던 장현식 이정용 함덕주 등은 기복이 심했고, 시즌 막판엔 죄다 부진했다. 시즌 마지막에 본 LG의 불펜으로는 선발이 무너질 땐 막을 대책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지난 8일부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시리즈 대비 합숙 훈련 중인 LG엔 임찬규 치리노스 톨허스트 손주영 송승기 김진성 김강률 배재준 함덕주 장현식 이정용 유영찬 김영우 김진수 박명근 박시원 등 총 16명의 투수가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투수는 김강률이다. 올시즌 3년 총액 14억원에 두산에서 FA 이적한 베테랑 불펜 투수. 유영찬이 팔꿈치 미세 골절로 없는데다 대신 마무리를 맡게 된 장현식마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시즌 초반 베테랑으로 김진성과 함께 불펜의 중심을 잡았다.
12경기서 1승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46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5월11일 대구 삼성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처음엔 어깨쪽에 가벼운 불편감 때문이라고 했다. 곧 돌아올 것으로 보였지만 끝내 시즌 끝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막판 퓨처스리그에서 던졌고, 한국시리즈 합숙 명단에 포함됐다.
두산 시절 한국시리즈만 세차례, 플레이오프 세차례 등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가진 베테랑.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염 감독은 신중했다. 그는 김강률에 대한 질문에 "구위가 올라와야 한다. 구위를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이름으로 야구하는 게 아니다. 구위가 돼야 이름값을 할 수 있다"고 선후 관계를 분명히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던져서 한화나 삼성의 타자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구위를 보여줘야 엔트리에 넣겠다는 뜻이다. 결국 이것이 엔트리를 짜는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염 감독의 이 기준에서 벗어난 선수가 있다. 바로 고졸 신인 박시원이다. 올해 6라운드에 뽑혀 입단했고,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려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 1군 캠프에서 김영우 추세현 등과 함께 기본기 훈련을 받았다. 염 감독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도 데려가려 했으나 인원 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군 캠프에 머물렀던 투수. 올해 1군에선 2경기 1⅓이닝 동안 안타는 맞지 않았지만 볼넷 5개를 내주고 2실점을 했다. 최고 구속 154㎞를 찍어 가능성은 보였다.
그런데 염 감독은 박시원을 한국시리즈에 데려갈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신인이지만 김영우와는 다른 입장이다. 김영우는 LG에서 없어서는 안될 셋업맨의 위치로 한국시리즈에 나가지만 박시원은 아직 1군에서 던질 실력이 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는 더더욱 힘들다.
염 감독은 "박시원과 박관우의 경우는 내년을 위해서 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2년 전인 2023년에도 김범석을 키우기 위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켰던 적이 있다.
염 감독은 "나머지 선수들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번트를 잘 대든가 주루를 잘하든가, 어떤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기준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