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한 포메이션을 입히는데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직전 브라질전 0대5 패배의 충격을 이겨내고 파라과이를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챙기며 10월 A매치를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브라질전과 비교해 무려 8자리를 바꾸는 대규모 로테이션을 가동한 한국은 그럼에도 전반 15분 엄지성, 후반 29분 오현규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승리했다.
손흥민도 이날 경기 선발로 출전했다. 브라질전 대비 바뀌지 않은 세 자리 중 한 명이 손흥민이었다. 한국 대표팀 최전방에서 공격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손흥민은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전반만 소화하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벤치로 들어갔기에 활약할 시간도 부족했다. 다만 전방에서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공격을 풀어내기 위해 분전하는 등 팀 승리를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경기 후 손흥민은 "선수들한테도 얘기했지만, 사실 크게 지고나면 위축되고, 경기를 하면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는 모습을 보며, 주장으로서 팀원들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해야 할 것을 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기념행사도 있었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지난 브라질전을 통해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새로 썼다. 파라과이전에도 선발 출전하며, 138경기 기록에 올라섰다. 손흥민은 경기에 앞서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에게 137경기 출전 기록이 새겨진 유니폼을 전달받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손흥민은 "어릴 때부터 우러러보던 분에게 경기장에서 이런 좋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한국 축구계의 영웅으로서 축하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쁘게 생각한다.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짧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전반만 출전하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벤치로 들어갔다. 손흥민은 "파라과이가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내가 공간으로 받기도 어려웠다. 발밑으로 받는 플레이가 어려웠다. 브라질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집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내가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고, 어떻게 움직여야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상대적이다. 우리는 매번 상대가 다르다. 그래서 축구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경기마다 배울 수 있는 것을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최근 큰 관심을 받은 스리백 비판에 대해 입을 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동아시안컵부터 본격적으로 스리백 전술을 대표팀 ㅠ플랜B로서 준비하고 있다. 다만 브라질전 패배 이후 스리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스리백 전술에 대한 질문에 "포메이션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추국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도 얘기할 수 있다. 스리백의 장점이 포백에는 단점으로, 포백의 단점이 스리백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최종 예선까지 포백으로 하다가, 동아시안컵부터 스리백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팀으로서 여러 포메이션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한 포메이션을 입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며 스리백의 아쉬운 점은 점차 채워나갈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어 "소속팀에서는 매일 같인 훈련을 하지만, 대표팀은 짧은 시간에 그런 것을 입혀야 한다. 많은 대화, 영상,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아직 서서히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표팀이 중점을 둬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다"며 "이젠 디테일도 신경 써야 한다. 강팀을 상대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더 과감하고 거칠게 경길르 임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브라질전도 우리가 상대를 많이 존중했던 부분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선수들한테도 얘기했다시피, 맞아봐야 어떻게 맞아야 안 아픈지를 안다. 많이 아팠으니까, 이제는 맞더라도 안 아프게 맞고, 우리도 때릴 수 있는 것들을 신경 써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월드컵을 가는 시간에 그런 것을 잘 준비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상암=이현석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