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비난을 위한 비난, '외풍'은 여전하다. 안방에서 축구 A매치를 치르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원정 성적이 더 좋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7월, 10년 만에 축구 A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동아시안컵, 친선경기 등에서 17경기를 지휘했다. 10승5무2패를 기록 중인데, 홈에서 5승3무2패, 원정에서는 5승2무로 '무패'다. 월드컵 본선이 대한민국이 아닌 북중미에서 열리는 것이 다행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또 한 고개가 지나갔다. 10월 A매치 2연전의 문이 닫혔다. 한 차례 폭풍이 몰아쳤다. 10일 브라질을 상대로 0대5 대패하며 흔들렸다. 다행히 나흘 만에 제자리를 잡았다. 홍명보호는 14일 파라과이를 2대0으로 꺾었다. 지난달부터 월드컵 본선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탈아시아'의 여정이 시작됐다. 미국 원정에서 북중미의 미국(2대0 승)과 멕시코(2대2 무)를 상대로 1승1무를 거뒀다. 이번 달에는 기수를 남미로 돌렸고, 1승1패를 기록했다.
온갖 잡음과 저주가 진동하지만 청신호다. 한국 축구의 중심축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위기 아닌 위기에서의 빛이다. 그라운드에선 '삼대장'이 있다. '캡틴' 손흥민(33·LA FC)은 이번 달에는 침묵했지만 '정신적인 지주'로 반전시켰다. 그는 브라질전 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너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료들이 화답했다. 손흥민은 파라과이전 후에는 "크게 지고나면 위축되고, 경기를 하면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는 모습을 보며, 주장으로서 팀원들한테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해야 할 것을 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전에서 역대 A매치 최다 출전을 기록한 그는 파라과이전에서 그 기록을 138경기로 늘렸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도 타협하지 않았다. 일본은 이날 대한민국에 대패를 안긴 브라질에 3대2로 역전승했다. 그는 일본의 경기에 대해 "별로 관심 없다.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북중미를 향해 정주행의 길을 걷겠다는 의미다.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은 홍명보호의 간판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브라질전의 유일한 위안은 이강인이었다. 그의 정교한 기량은 브라질을 상대로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패배가 더 아팠고, "앞으로는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조금 더 기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며 울컥했다. 그는 파라괴이전을 벤치에서 출발했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됐다. '군계일학'이었다. 후반 30분 오현규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며 왜 이강인 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모든 선수, 코치진이 한팀이 돼서 최대한 좋은 경기를 하려고 한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에 가려면 몇 번의 소집이 남았는데, 그 소집에서도 최대한 잘 준비해야 한다." 이강인의 자신감이다.
브라질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고개숙인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의 '저공비행'은 단 한 경기로 족했다. 파리과이전에선 스리백의 왼쪽에 위치, 투지넘치는 탄탄한 수비력을 뽐냈다. 그는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냥 하는 것이다. 다 프로 선수"라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삼대장'의 정점에는 홍 감독이 있다. 그는 '뚝심'있는 실험으로 북중미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홍 감독은 "첫 경기를 마치고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극복해냈다는 건 이번 소집에서 그 어떤 것보다 큰 소득이다"고 평가했다.
홍명보호의 '본고사'는 북중미월드컵 본선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보완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다만 현재의 방향에선 이탈하면 안된다. 홍 감독은 '바른 길'을 가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