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우빈(36)에게 '다 이루어질지니'는 매 장면이 아까울 정도로 소중한 작품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김은숙 극본, 이병헌 안길호 연출)는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스트레스 제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작품. 넷플릭스 투둠(Tudum)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다 이루어질지니'는 6일부터 12일까지 8,000,000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석권했다. 여기에 전 세계 50개국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홍콩, 페루,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도미니카 공화국 등 1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에서 2주 연속 1위에 등극하며 화제를 입증했다.
김우빈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작년에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작품을 소개시켜드릴 수 있는 시간이 와서 너무 행복했고, 긴 연휴 동안에 공개를 할 수 있어서 같이 호흡을 해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반응을 찾아보고 넷플릭스를 통해서 듣기도 했는데 모든 작품이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잖나. 저희 작품 같은 경우에는 워낙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작품이다 보니까 그만큼 의견이 많은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어떤 반응이든 저희 드라마를 봐주신 거고, 진심으로 대해주신 거니까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우빈은 2012년 방영됐던 '신사의 품격', 2013년 방영됐던 '상속자들' 이후 재회한 김은숙 작가에 대해서도 "10여 년 만에 다시 함께하기로 하고 읽었던 대본이 너무 좋았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에도 말씀을 드렸는데, 대본이 너무 좋아서 아까웠다. 한 신 한 신 아까워하며 찍었다. 작가님도 저를 오랜 시간 봐오셔서 어떤 연기를 할 것이라 상상하며 써주신 것 같다. 그래서 맞춤 대본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김우빈은 이어 "저는 김은숙 작가님의 유머를 좋아한다. 작가님 작품은 늘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저도 여러 번, 혹은 깊은 생각을 안 해봤던, 그치만 우리 곁에 있는 생각들을 작품을 통해 더 하게 됐던 것 같다. 시청자 분들과도 그런 면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좋았다. 저만 놓고 봤을 때는 걱정보다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대본의 힘이 너무 좋기에 즐기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냈던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표 '말맛' 대사에 더해 이번에는 다양한 특수 분장이 더해졌던 작품이다. 김우빈은 긴머리 스타일링에 단발까지 다양한 헤어스타일에 도전했다. 그는 "대본에 머리가 길다는 내용이 써있어서 제가 상상한 범주 안에 있었다. 촬영하기 전 의상 피팅을 하면서 의상팀에 이런 의상을 만들 거라고 얘기를 해주셨고, 중간 중간 얘기를 했기에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보신 분들은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더라"며 "가발이 생각보다 숱이 많고 무겁다. 늘어뜨리면 너무 무거워서 뱀처럼 말아서 어깨에 올려놓고 지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김우빈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평에 대해 "제가 머리를 길렀던 적이 있어서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저는 제가 봐왔던 모습이니까. 그런데 다만 제 머리가 아니다 보니까 가발이라 얼굴에 닿으면 간지럽고 불편하더라. 제 머리카락이 닿았을 때와 느낌이 달랐다. 그런 것 말고는 저는 큰 불편함이 없었고, 불편함이라 한다면 더우니까 여름에 촬영을 할 때 통풍이 안 되는 것 말고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더 글로리'의 문동은(송혜교)부터 '상속자들'의 최영도(김우빈)까지 표현해내 웃음을 자아냈다. 김우빈은 "저는 되게 즐거웠다. 대본이 처음 나왔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김은숙 작가님만 쓰실 수 있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영도도 너무 반가웠다. 처음에는 대본에 OST가 바뀌면서 가영이가 쳐다보니 똑단발의 문동은 복장을 한 지니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수정고가 나왔는데 문동은 장면이 없어졌더라. 작가님께 전화를 드려서 어떤 이유로 없어졌는지 여쭸는데, 제일 큰 이유는 '네가 하기 싫어할 것 같아서'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아뇨. 작가님 저 지금 대사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고, 작가님은 '너무 좋다'면서 신나게 해보라고 하셔서 '더 글로리'의 유명 장면이다 보니 찾아보면서 대사도 똑같이 하고 행동도 똑같이 연습해서 촬영할 때 즐겁게 촬영했다"면서 "송혜교의 반응은 모른다"고 했다.
이어 김우빈은 "최영도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상속자들'의 교복을 의상팀이 찾으려는데 없더라.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던 게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보관하던 게 있어서 그걸 의상팀에 전달했다. 주머니를 보니까 그때의 쪽대본도 들어 있더라. 그런데 몸이 커져서 그때의 옷을 다시 입을 수는 없었고, 단추와 명찰만 떼서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영도를 다시 연기하는 건 쑥스럽더라. 옛날의 저를 다시 보여드리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다양한 시도에 한 장면 한 장면이 아까웠던 대본이었지만, 현장은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이병헌 감독이 초반 메가폰을 잡았다가 안길호 감독으로 교체되는 사건도 겪었다. 이에 대해 김우빈은 "사실 촬영장은 계속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다 보니, 감독님이 교체됐다고 해서 엄청나게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병헌) 감독님과 관계가 있고, 앞서 '스물'이라는 작품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와주신 안길호 감독님이 저희를 잘 지휘해주시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셔서 즐겁게 마무리했다"고 했다. 이어 김우빈은 두 감독의 차이점에 대해 "얼굴이 다르지 않냐"고 농담한 뒤 "두분 다 좋은 감독님이시다. 스태프들 생각도 많이 해주신다. 크게 차이를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좋은 감독님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김우빈은 '신사의 품격'(2012)이후 '상속자들'에 '다 이루어질지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을 배우로 살아가며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김우빈은 "달라진 것은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 현장에 감독님들을 제외하면 웬만하면 스태프들도 다 동생들이더라. 그래서 뭔가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다. 오히려 막내고 동생일 때가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은데,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달라진 것이 없으니, 주어진 저의 일을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잘 지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