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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행세 속 범죄조직 운영…살인 등 배후 캄보디아 두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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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천즈 회장, '자선사업'하며 장학재단 운영
시아누크빌서 활동해온 中출신 보스 3인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한국 젊은이 등을 겨냥한 사기행각 동원, 고문·살해 등 캄보디아의 범죄 실태가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준 가운데, 관련 범죄 조직 수장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관련 유사 범죄의 배후를 공개하며 제재에 나선 상태다.
제재 대상 명단에는 자선사업가를 자처하며 캄보디아에서 수년간 장학 재단을 운영해온 프린스그룹의 천즈(?志·39) 회장이 포함됐으며, 시아누크빌 범죄단지에서 주로 활동한 쉬아이민(徐愛民·63)·둥러청(董樂成·57)·셔즈장(?智江·43) 등 중국 출신 범죄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 '장학사업' 하던 39세 청년 사업가, 알고 보니 범죄 '배후 조종'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은 최근 미국 법무부가 영국과 캄보디아 국적의 천 회장을 강제 노동 수용소 운영과 대규모 암호화폐 사기 기획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그가 보유한 150억달러(약 2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몰수하기 위한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압수 소송이다.
천 회장은 미국과 영국의 합동 제재도 받게 됐는데, 영국 정부는 그와 그의 회사가 보유한 런던 소재 19개 부동산 등 자산을 동결했다. 여기에는 최대 1억파운드(약 1천898억원)에 달하는 부동산도 포함됐다.
천 회장이 운영하는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개발, 금융, 관광, 물류, 식음료 등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다.
중국 푸젠성 출신의 천 회장은 1987년생의 '청년 사업가'로 캄보디아에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꾸준히 현지 정계에서 발을 넓히던 그는 훈 센 캄보디아 전 총리의 정치 고문으로도 임명돼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스그룹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캄보디아 교육 및 체육 관련 정부 부처와 협력해 현지에서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을 전개해, 지난 4월 '비즈니스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스티비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추온 치빈 캄보디아 교육부 장관이 이 회사 장학 사업 관계자 및 학생들과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도 버젓이 보도자료로 게재돼있다.

천 회장에 대해서는 "현지 경영계에서 존경받는 기업가이자 유명 자선가"라고 소개하며 장학 사업을 하는 '프린스 재단'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캄보디아 커뮤니티를 돕는 데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5월에는 천 회장을 범죄조직의 배후로 지목한 인권·정책 연구기관 휴머니티리서치컨설턴시(HRC) 보고서의 폭로를 공개 부인하며 "익명 제보와 추측, 신뢰할 수 없는 보고서에 의존한 내용"이라면서 "증거, 법원의 판결 없이 제기된 명예훼손적 주장"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계와의 유착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천 회장을 보호하고 있으며, 그가 중국에서의 범죄행위로 수배 상태라는 보고서 주장에 대해서는 "뒷받침할 만한 중국 법원 명령, 체포 영장 또는 공식 성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천 회장이 현재 도주 중이며, '거대 사이버 사기 제국'의 배후 조종자라고 발표한 상태다.
BBC가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현지 검찰은 천 회장이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특별 시설을 관리하고, 공범들과 함께 수백만개의 휴대전화번호를 입수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기획했다고 보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들이 범죄 수익으로 시계, 제트기 등 사치품과 피카소의 그림 등 희귀 미술품까지 구매했다고 밝혔다. BBC는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천 회장이 최대 4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재무부도 같은 날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서 천 회장을 비롯한 이 그룹과 관련해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 관광호텔 바로 옆에서 '보이스피싱' 노예 감금…건물주는 수배자
캄보디아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인신매매와 보이스피싱, 감금 등 범죄에 연루된 일당으로 중국 출신의 도피 범죄자 3인방도 미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재무부는 지난달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인을 상대로 벌인 사기 범행의 피해 금액이 10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한다면서 제재 리스트를 공개했다.
2013년 중국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도주해 인터폴 적색 수백 중인 쉬아이민이 그중 하나다. 그는 홍콩에서도 4천600만달러(약 654억원)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다.
쉬아이민은 캄보디아 항구도시인 시아누크빌에서 호텔 사업가 행세를 하며 시내 한복판에 보이스피싱 범죄의 근거지가 될 기업(KB 호텔)을 설립하고,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누크빌 시내 한복판 관광단지에 인접한 쉬아이민 소유의 건물에서는 외국인을 비롯한 노예 노동자들이 감금당한 채 사기 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쉬아이민과 함께 미 정부 제재를 받은 둥러청도 시아누크빌에 회사를 차린 뒤, 범죄 조직을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등 범죄 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둥러청 일당은 호텔 카지노(골든 선 스카이 카지노 앤 호텔) 등을 이용해 범죄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둥러청 역시 2008년 중국에서 자금 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뇌물 수수와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 운영 혐의로 조사를 받았었다.
불법 도박 혐의로 중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도주해 2015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사기단을 조직해 운영한 셔즈장은 최근 미얀마·태국까지 밝을 넓힌 것으로 파악됐다.
둥러청은 특히 국제 사이버 사기의 허브로 불리는 '야타이 신도시' 내를 주무대로 삼았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그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해 수년간 여러 가명을 돌려쓰며 활동했고, 2022년 중국이 발부한 인터폴 적색 수배령에 따라 태국에서 체포됐다.
hjkim07@yna.co.kr
[https://youtu.be/b-6behwYhnU]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