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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게 안 오더니 이젠 지겨운 비"…가을장마로 농작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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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이틀만 비 안 와…삼척시, 벼 수확 앞둔 현장 점검

(삼척·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지겹게 안 오더니 이젠 비가 지겹습니다."
극한 가뭄을 겪은 강원 동해안에 최근 가을장마로 농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비가 좀처럼 오지 않아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맨바닥을 드러내 가뭄 재난 사태까지 선포됐다가 해제된 지 불과 20여일이 지나지 않은 최근 삼척과 강릉 등 동해안 곳곳에서 이번에는 장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6일 기상청 기상자료 개방포털에 따르면 강릉에는 10월 들어 이날까지 1일과 2일만 비가 오지 않았을 뿐 14일간 비가 계속 내렸다.
더욱이 당분간 비 소식도 잦을 것으로 예보됐다.
이처럼 장기간 가을장마로 벼 생육이 부진한 것은 물론 수확까지 늦어지고 있으며 벼 쓰러짐과 수발아(이삭 발아), 곰팡이병인 깨씨무늬병 발생 등이 잇따르고 있다.
가을배추는 장기간 비와 습한 환경에서 속이 썩는 무름병과 노균병 등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16일 둘러본 강릉 송정 들녘에서는 지난 가뭄에 모종이 말라 죽어 2∼3번 파종했던 배추밭 일부에서 잎과 속이 누렇게 변해가는 피해를 손쉽게 볼 수 있었다.
강릉에서 벼를 추수하지 못한 곳도 전체 재배 면적의 30%에 달한다.

삼척시는 16일 근덕면 매원리와 교가리 일원에서 최근 가을장마로 벼가 쓰러지는 도복(倒伏)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 농가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이번 현장 방문에는 박상수 시장을 비롯해 농업기술센터 소장, 기술보급과장, 농정과장, 축산과장, 근덕면장 등 관계 공무원과 벼 재배 작목반 회원, 선도농업인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삼척지역 벼 재배면적은 총 538ha다.
이 가운데 미 수확 면적이 328ha(61%)에 달하며 도복 피해가 23.6ha, 수발아 피해 25ha, 깨씨무늬병 피해가 40ha로 추정된다.
특히 쓰러진 벼에서는 수발아가 심하게 발생해 일부 품종은 수매가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했다.
시는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농업재해보험 가입 농가는 신속히 피해 접수와 조사를 실시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미가입 농가는 즉시 수확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기상재해에 강한 조생종·중생종 품종 확대 재배를 추진하고 토양검정을 통한 적정 시비(施肥) 등 도복 예방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깨씨무늬병 확산 방지를 위해 규산질비료 및 완효성비료 사용 등 토양개량 중심의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재해 피해 농가에는 농약대 및 생계지원 등 정부 지원사업이 신속히 연계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상수 삼척시장은 "기상이변이 반복되는 만큼 재해에 강한 품종 재배와 과학적인 영농기술이 중요하다"며 "피해 농가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름 최악의 가뭄에 이어 지루한 가을장마까지 잇따르는 이상 기후에 동해안 지역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yoo2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