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파죽지세 금값에 웃는 이탈리아…"국가부도위기 때도 안팔았다"

by


미국·독일 이어 세계 3위 금 보유국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국제 금값이 파죽지세로 치솟는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이탈리아의 '뚝심 있는' 금 보유를 15일(현지시간) 조명했다.
중앙은행인 이탈리아은행이 보유한 금은 2천452t. 미국 연방준비제도(8천133t), 독일 분데스방크(3천351t)에 이어 세계 3위다.
로이터는 "이탈리아의 금 보유량은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보호와 국가부채 급증 속에 여러 차례 거듭된 위기에서도 매각 요구를 거부해온 입장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이탈리아의 금 사랑은 에트루리아 문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에 국한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살폈다.
2차 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나치군이 현지 파시스트 정권의 도움 아래 이탈리아 금 120t을 압류하면서 전쟁이 끝날 무렵 이탈리아 금 보유량은 약 20t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탈리아가 전후 '경제 기적' 시기에 수출 주도 경제로 성장하면서 달러화 유입이 급증했고 이 중 일부가 금으로 바뀌었다. 금 보유량은 1960년까지 1천400t으로 증가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이탈리아는 사회 불안과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해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한 국가로 인식됐다.
SDA 보코니 경영대학원의 스테파노 카셀리 학장은 "극심한 통화 불안정에 서구 중앙은행들이 금융 건전성의 궁극적 상징인 금을 매입했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영국이나 스페인과 달리 금융 위기 국면들에서도 금을 매각하지 않았다. 2008년 국가부도 위기 때도 금을 팔지 않았다.
살바토레 로시 전 이탈리아은행 부총재는 2018년 자신의 저서 '오로'(Oro·금)에서 "금은 마치 집안의 은식기, 할아버지의 귀한 시계 같다.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흔들릴 때 어떤 위기에서든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적었다.

오늘날에도 금은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제질서 재편 속에 다시 금을 축적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이런 금 매입세는 최근 몇 년간 금값 급등의 주요 모멘텀 중 하나로 작용했다.
카셀리 학장은 "이탈리아은행의 그 역사적인 결정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라며 "왜냐면 우리는 지금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마의 이탈리아은행 본관 지하 금고에는 약 1천100t의 금이 보관돼 있다. 비슷한 양이 미국에도 있고, 영국과 스위스에도 소량 보관돼있다.
이탈리아은행이 보유한 금은 현 시세로 약 3천억달러(약 425조원)다. 2024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한다.
3조5천억유로(약 5천790조원)인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해 금을 매각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된 적은 없다. 내년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3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금괴를 매각해 이를 필수 공공 서비스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탈리아은행은 매각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카셀리 학장은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시장 가격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이 부상하는 지금, 중앙은행들이 가장 뜨거운 자산을 갖고 있다. 금을 팔지 않는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
jungwoo@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