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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업셋을 허용한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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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드류 앤더슨의 장염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평정심을 잃은 미치 화이트의 조기강판 등 변수가 많았던 시리즈. 속절 없이 침묵했던 타선도 한 몫 했다.
데뷔 첫 가을야구를 치른 SSG 이숭용 감독도 타선의 집단 슬럼프를 패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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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중심타자가 한꺼번에 죄다 못치면 사실 사령탑으로선 딱히 방법이 없다.
단기전 슬럼프는 대부분 시리즈 끝까지 회복불가다. 선수도 안다. 중심타선 배치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선수 사기를 떨어뜨리는 조치도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 된다. 현재 타격감은 선수가 잘 안다. 가을야구에서 한번 꼬인 선수는 타석에 서는 게 부담스럽다. 자신감도 없다. 언론의 지적, 팬들의 비난이 겹쳐 정신적 부담이 눈덩이 처럼 부푼다. 이럴 때는 차라리 하위타선에 배치해 부담을 덜어주는 편이 선수를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나 도움이 된다.
이름값 관계 없이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전진배치 하는 게 최우선. 상대 투수와의 타이밍이 가장 좋을 법한 선수가 그 다음 중용 대상자다.
정규시즌 성적은 잊어야 한다. '결국 해줄 선수가 해줄 것'이라 믿다가 가을이 멈출 수 있다.
가을야구는 페넌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무대다. 준플레이오프 랜더스에서는 리그 최고의 홈런왕 최정보다 3경기 연속 홈런 고명준이 훨씬 더 무서운 타자였다.
투수도 마찬가지. 정규시즌에 아무리 잘 던지던 특급투수라도 가을야구에서 힘을 못쓰는 투수가 수두룩하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있었다. 담력이 약한 투수가 분명히 있다.
투수 역시 현재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바로 직전 경기를 잘 던졌더라도 100% 믿으면 안된다. 연투능력, 피로도 등을 세심히 살펴서 결정적 순간, 중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앤더슨 화이트 이로운 등 올시즌 내내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치던 투수들이 가을야구에서 줄줄이 무너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시즌 처럼 고정된 역할보다 상황에 따라 때론 길게, 때론 짧게, 강약조절과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계적인 이닝교대 후 교체도 단기전에는 답이 아니다. 올려서 안 좋으면 즉시 교체, 올려서 기세가 좋으면 안 좋은 조짐이 보일 때까지 끌고 가는 것도 변칙이지만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뭐든 쏟아부어야 한다.
정규시즌이 긴 호흡의 훈련이라면, 단기전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는 실전이다.
전쟁 상황이란 미리 훈련하고 대비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순간순간 사령관의 판단과 결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기는 팀 가을에 무명의 '미친 선수'가 하나 꼭 튀어 나오듯 단기전의 이름값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
'믿음의 야구'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 그래야 팀도, 선수도, 팬들도 최선을 다한 가을의 한판 승부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