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뭄을 겪은 2015년 당시 한국과 북한을 위성 영상으로 비교한 결과 북한 농업 시스템의 가뭄 저항성이 한국보다 확연히 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거콴쉥 중국과학원 교수와 남원호 국립한경대 교수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위성 데이터 및 기상 관측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분석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발표했다.
최근 위성 영상은 농업환경 변화를 분석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농작물의 색이나 자란 면적 등을 분석해 생육 정도나 피해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고, 북한과 같은 접근이 어려운 국가의 데이터도 간접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슷한 기후와 지리를 공유하면서도 한쪽은 식량 위기를 겪지만, 다른 한쪽은 기후 재해로 인한 작물 피해가 적은 한반도에 주목해 강수량이 평년 절반 수준에 못 미친 2015년 가뭄 당시 벼 생장 시점의 위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시 한국은 북한보다도 더 심각한 가뭄을 겪었는데, 국토의 39.9%가 심각한 가뭄, 24.8%가 중간 가뭄, 35.3%가 가벼운 가뭄을 겪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북한은 3.3%만 심각한 가뭄, 86.9%가 중간 가뭄, 5.9%가 가벼운 가뭄을 겪었다.
하지만 벼농사 손실량은 북한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유도 엽록소 형광(CSIF)분석에서 북한은 7월 22.9% 줄어들어 정점을 찍었고 이는 한국보다 2.2배 더 줄어든 수치로 평가됐다.
SIF는 식물이 태양광을 흡수한 후 엽록소에서 방출되는 약한 형광으로 식물의 광합성 활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식물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데 쓰인다.
CSIF 지표와 기상학적 가뭄지수(SPI) 간 상관관계를 봤을 때 북한이 더 높아 북한이 가뭄 정도에 따라 생산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더 컸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대기 조건 등을 보정해 식생의 활력도를 보는 향상된 식생 지수(EVI)와 식물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근적외선 반사율 등도 이 기간 북한이 한국보다 훨씬 나쁜 수치로 나타났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이해 북한은 벼 수확량이 16.4% 줄어든 반면 한국은 수확량이 4.4%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북한이 대북 제재에 따른 에너지 수입에 차질을 빚으며 물을 농지에 공급하는 관개에 들일 에너지가 부족한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관개 펌프용 디젤 연료 부족과 전력 제한 등으로 관개 용량이 줄어 농업 분야의 가뭄 저항성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저소득 농업 개발도상국이 농업 가뭄 저항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국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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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