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만 보던 신라 금관을 직접 눈앞에서 감상하니 경이롭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은 대전 거주 30대 주부 김모 씨는 '천년 신라' 역사를 응축한 금관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17일 오전,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시간에 맞춰 전국 각지에서 온 10여개 단체 1천여명의 인파로 박물관 입구가 평일 오전임에도 크게 붐볐다.
경북 고령 지체장애인협회 강상욱 사무국장은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신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이번에 경주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같이 온 회원 160명과 박물관 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던 그는 "오늘은 특히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10여일 앞두고 신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주박물관 내 신라역사관에는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 달성군 노인복지관에서 온 어르신들은 "신라 문화가 남달랐네" 등의 대화를 나눴다.
현장 체험학습차 경남 양산에서 온 초등학생들은 유물의 의미 등을 노트에 메모하느라 분주했다.
관람객들은 신라금관 앞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에 빠졌다.
모두가 어둠 속 빛나는 황금관을 말없이 응시하다 저마다 짧은 탄식을 쏟으며 발길을 옮겼다.
야외전시장의 성덕대왕신종 앞도 관람객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경남교육청에서 연수차 왔다는 박모 교사는 "APEC 정상회의 때문인지 박물관에 확실히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경주 거리에는 APEC을 알리는 현수막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박물관 정문에 위치한 열평 남짓한 기념품 판매관에선 황동 등으로 제작된 금관 형상의 금빛 팔찌와 귀걸이, 얼굴무늬 수막새와 여러 신라유물을 모티브로 한 머그잔, 텀블러, 책갈피, 부채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문객들은 "엄청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저건 꼭 사야겠다" 등 반응을 쏟아냈다.
판매관 관계자는 "지금 있는 APEC과 관련된 기념품은 모두 30여종"이라며 "기념품들은 추석 연휴에 맞춰 들어왔으나, 인기가 많아 추석 연휴 기간 모두 동났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경주박물관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박물관 방문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이상 늘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총 15만3천342명이 찾았다.
하루 평균은 2만5천557명으로 작년 하루 평균치 7천982명보다 세 배를 웃돌았다.
이성현 박물관 홍보담당관은 관람객 증가에 대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와 신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 관람객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0대 관람객은 "APEC 정상회의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관련 행사가 경주박물관에서도 열린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밝혔다.
정상회의 기간 경주박물관에서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부대 행사 등이 진행된다.
오는 28일부터는 APEC 기념 및 개관 80주년 특별전을 통해 1921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국보 금관총 금관부터 천마총 금관, 황남대총 금관, 금령총 금관 등을 만날 수 있다.
신라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104년 만에 처음이다.
이달 말 APEC 행사를 계기로 경주박물관을 비롯한 경주 일대 신라 문화 유적지 등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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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